농구는 다섯 손가락이다. 손가락 5개의 크기와 쓰임새가 각기 다르듯 농구도 5명의 신장과 그에 따른 역할이 다르다.
키는 5개 가운데 가장 작지만 날렵한 엄지손가락은 포인트가드다. 포인트가드는 경기를 조율하는 야전 사령관이다. 새끼손가락은 볼 배급을 돕고, 공격에도 가담하는 슈팅가드, 약지는 전문 슈터로서 공격을 주도하는 스몰포워드다. 검지는 공수에서 골밑과 외곽을 넘나드는 파워포워드, 가장 크고 힘이 센 중지는 골밑을 장악하는 센터다.
농구는 키가 큰 사람에게 유리한 운동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또 5명 모두 장신으로 채워졌다고 해서 좋은 팀이 될 수도 없다.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원주 동부는 다섯 손가락의 조화가 뛰어나다. 정통 센터 오코사가 골밑을 지켜주고, 파워포워드 김주성은 페인트존을 책임진다. 또 한 명의 용병은 돌파와 외곽을 담당하고, 표명일 강대협 이광재 등은 볼 배급과 함께 외곽에서 점수를 올린다. 이들은 각자 맡은 위치에서 충실하게 자기 몫을 한다.
농구에서는 어정쩡한 트위너(두 포지션을 겸할 수 있는 선수)보다는 한 포지션을 확실하게 소화해줄 수 있는 선수가 훨씬 더 팀에 도움이 된다.
미국프로농구(NBA)의 데니스 로드먼은 다른 것은 몰라도 리바운드 하나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시카고 불스가 과거 ‘무적함대’를 구축할 수 있었던 데 마이클 조던, 스코티 피펜의 가공할 공격과 함께 로드먼의 리바운드가 큰 몫을 했다.
일부 팀은 화려한 멤버를 갖추고도 성적이 신통치 않은데 다섯 손가락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탓이다. 서울 SK와 창원 LG는 정통 센터가 없어 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부산 KTF 역시 지난해 든든하게 골밑을 지켜줬던 애런 맥기의 빈 자리가 너무 크다.
우승은 모든 구단, 모든 감독의 꿈이다. 우승을 하고 싶다면 다섯 손가락을 한 번 유심히 살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제 각기 크기와 길이는 다르지만 손가락 5개가 오묘한 조화를 이루지 않는가.
전 SKㆍ기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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