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BBK 의혹 핵심인물 김경준씨가 처음 만난 시점이 언제냐를 두고 양측이 진실게임 양상의 공방을 벌이고 있다. 김씨측은 1999년 2,3월께라고 주장하고, 이 후보측은 2000년 1,2월께라고 거듭 반박하고 있다.
양측이 이 문제를 두고 싸우는 이유는 BBK 설립 시기와 관련돼 있다.
BBK는 99년 4월 설립됐다. 만약 이 후보와 김씨가 BBK 설립 이전인 99년 초에 만났다면 이 후보가 BBK 설립 과정에 관여했다는 정황증거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시각을 차단하기 위해 이 후보측은 첫 만남이 BBK 설립 이후라고 강조한다.
BBK 설립 당시에는 이 후보가 김씨를 만난 적도 없는데 이 후보와 BBK가 무슨 관계가 있겠느냐는 논리를 펴고 있는 셈이다. 이 후보는 “BBK는 내가 미국에 있을 때 김경준이 창립한 회사”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양측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씨 누나 에리카 김은 22일 MBC 라디오에 출연, “동생이 이 후보를 만난 것은 99년 초다. 동생이 이 후보와 만난 장소는 서울 프라자호텔이며, 3월이나 2월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김씨 부인 이보라씨의 언급에 구체적 장소와 시간을 더했다. 에리카 김은 또 당시 국회의원직 사퇴 이후 미국 체류 중이던 이 후보에 대해 “미국에 온 후 한국에 안 들어간 것이 아니라 한국에 들어갔다”며 “여권이나 공항 출입국 기록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미국 체류 중에 한국에 드나들면서 김경준을 만났을 것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이 후보가 김경준을 만나 Lke뱅크를 만들기 위해 사업 논의를 한 것은 2000년 1,2월이며 이 때가 첫 만남”이라고 말했다.
클린정치위 고승덕 변호사도 “두 사람이 첫 비즈니스 미팅을 했던 것은 2000년 초이며, 99년에는 어떤 비즈니스 미팅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만약 99년 만남이 있었다면 에리카 김이 입증을 해야 한다”며 “만난 시점이 본질이 아니라 BBK에 이 후보가 관여했느냐 여부가 중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이 후보의 미국 체류 중 방한 여부에 대해“99년에 4,5차례 귀국한 일이 있지만 자녀를 만나기 위해서 온 것이다”며 “99년 2월22일부터 3월20일까지 국내에 체류했지만 이때 에리카 김 주장처럼 김경준을 만난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후보측은 이날 “사업상 첫 만남이 2000년 초라고 한다면 개인적 만남은 그 이전에라도 있을 수 있었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명쾌한 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99년에는 두 사람이 비즈니스를 논의하기 위해 만난 적이 없다”는 점을 극구 강조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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