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6년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이 탄생했다.
롯데는 26일 강병철 전 감독의 후임으로 메이저리그 밀워키 감독대행을 지냈던 제리 로이스터(55)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조건은 2년에 75만달러(사이닝 보너스 25만달러, 연봉 25만달러)다.
이로써 일찌감치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한 프로축구와 프로농구에 이어 감독직 만큼은 ‘성역’으로 남아 있던 프로야구에도 외국인 감독 시대가 열렸다.
프로축구는 지난 90년 부산 대우 로열스(현 부산 아이파크)가 독일 출신의 프랑크 엥겔 감독을 처음으로 영입하면서 올해까지 11명으 ‘용병 감독’이 국내 무대를 밟았고, 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는 지난해 인천 전자랜드가 제이 험프리스 감독을 처음 외국인 감독으로 선임했으나 성적 부진으로 7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프로스포츠 ‘빅 3’ 가운데 가장 먼저 출범한 야구는 지금까지 외국인이 코치와 감독대행을 맡은 적이 있지만 감독 만큼은 토종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경기 중 작전과 사인이 빈번하고 인간적인 교감을 중요시하는 야구 종목의 특성을 이유로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롯데가 지난 2005년 말 양상문 감독(현 LG 투수코치)을 경질한 직후 외국인 사령탑을 물색한 적 있고, 지난해 LG와 2002년 SK도 외국인 감독을 신중하게 검토했으면서도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이유였다.
롯데가 고심 끝에 외국인 사령탑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외국인 감독을 영입할 수 있는 정서적인 토대가 형성됐고,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외국인 사령탑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토종’만 고집할 게 아니라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그룹 안팎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다.
뉴욕 메츠 출신의 지바 롯데 바비 밸런타인 감독이 명장으로 일본에서 입지를 넓혔고, 캔자스시티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트레이 힐만 감독 역시 니혼햄을 2년 연속 퍼시픽리그 정상으로 이끌면서 외국인 감독의 위상을 높였다.
특히 롯데는 신동빈 그룹 부회장이 구단주대행을 맡고 있는 자매 구단 지바 롯데가 밸런타인 감독 영입 이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에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로이스터 감독은 신 부회장이 밸런타인 감독의 추천으로 이뤄진 외국인 감독 후보군 가운데 한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로이스터 감독은 26일 일시 입국해 김해 상동 전용구장에서 롯데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진 뒤 출국했다가 추후 재입국할 예정이다.
73년 LA 다저스에서 빅리그 무대를 밟은 로이스터 감독은 16년 동안 주로 3루수로 뛰면서 통산 타율 2할4푼9리에 40홈런, 1,049안타를 기록했고, 99년부터 2005년까지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 코치, 감독대행을 지냈다.
로이스터 감독은 “한국 최고 인기구단인 롯데를 맡아 기쁘다. 지바 롯데의 밸런타인 감독을 보며 외국인도 아시아 야구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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