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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organic fashion' 자연과 건강을 입는다…그러나 미완의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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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organic fashion' 자연과 건강을 입는다…그러나 미완의 불편함

입력
2007.12.0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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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와 화장품에 이어 패션계에도 오가닉 바람이 거세다. 티셔츠와 원피스, 양말, 재킷, 청바지까지 다양한 상품이 오가닉(organicㆍ유기농) 혹은 에코(echoㆍ환경) 등의 이름을 붙인 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원사를 사용하고 친환경적 제조과정을 거쳐 우리 몸과 지구에 이롭다는 주장이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그 캠페인적 성격으로 인해 ‘이름만 오가닉’ 패션을 양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멋을 추구하되 윤리적인 태도도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불편한 진실 몇 가지를 소개한다.

■ 패스트패션의 대항마, 오가닉 패션

올해 패션계에 오가닉 바람이 유난히 거센 것은 역설적으로 패스트패션의 도움이 컸다. 싸게 사서 한 철 입고 버리는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 지구 환경파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발표가 잇따르면서 그 대항마로 슬로우패션(slow fashion)이 떠올랐다. 슬로우패션은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이나 재활용 제품을 선택하고 천연섬유를 사용하며 친환경적 제조과정을 거치는 패션을 말한다. 옷 입기에 윤리적 책임의식을 더하는 것이다.

슬로우패션의 대명사가 오가닉 제품이다. LG패션 홍보실 김현동씨는 “패스트패션에 대한 소비자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패션업체 마다 ‘환경도 생각하는 브랜드’ 이미지 확보를 위해소량이나마 오가닉 라인을 선보이는 것이 한 흐름이 됐다”고 말한다. 유기농 면 전문브랜드 더 오가닉 코튼을 비롯, 헤지스, 베이직하우스, 후아유, 팀버랜드, 리바이스, 루츠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오가닉 라인을 쏟아내고 있다.

■ 티셔츠 한 장에 농약 150g 들어

국내 소개되는 오가닉 의류는 거의 전부가 면 소재다.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목화에서 추출한 면사로 짠 원단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면이 이슈가 되는 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의류 소재이면서 그만큼 생산 및 제조과정에서 환경파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식물에 사용되는 살충제의 1/4이 면 재배에 사용된다.

티셔츠 한 장 분량의 면을 재배하는데 150g의 농약이 사용된다. 정련 과정에서 드는 전기와 물의 소비량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전세계 목화 재배 면적중 오직 0.1%만이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재배된다.

유기농 면은 3년이상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않은 건강한 토양에서 재배하며 화학비료 대신 유기농 비료를 사용하고 농약 대신 딱정벌레 같은 해충의 천적을 이용해 재배한다. 대량생산의 효율에서는 일반 면을 따라갈 수가 없지만 환경에 이로운데다 무엇보다 국내서는 급증하는 아토피 등 환경성 피부질환을 피하게 해준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 원단은 유기농, 제조는 화학적 공정?

헤지스에서 내놓은 유기농 데님 청바지는 장당 19만원대로 일반 청바지(15만원)에 비해 20% 이상 비싸지만 판매율이 90%를 넘을 정도로 잘 팔린다. 베이직하우스에서 지난 4월말 선보인 오가닉 티셔츠는 싼 가격대(성인용 1만4,000원대)에 힘입어 애초 목표였던 5만장을 훌쩍 넘겨 현재까지 13만장이 발주됐다. ‘유기농 제품이라 몸에 좋을 것’이라는 통념 덕이다. 과연 그럴까.

패션업체에 유기농 청바지를 납품하는 한 프로모션 회사 관계자는 “일본 오가닉 원단업체에서 원단을 들여오지만, 제작은 일반 의류와 똑 같은 방식을 거치기 때문에 화학제품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한다.

에코 라인 출시와 함께 환경캠페인을 진행한 리바이스 홍보실 유은영씨도 “유기농 원단을 사용했다는 것이 100% 우리 몸에 무해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염색이나 표백, 정수처리 등이 국제기준에 부합되는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할 뿐 워싱과 방축가공 등 일반 공정은 다른 제품과 같다”고 말한다. 더 오가닉 코튼처럼 브랜드 컨셉트 자체가 오가닉이 아닌 이상 제조과정에서의 ‘오염’은 어쩔 수 없다는 소리다.

패션성에 있어서도 유기농 의류의 한계는 분명하다. 더 오가닉 코튼 사업부 박윤 과장은 “유기농 목화 종자 본연의 색은 베이지와 브라운, 그린 딱 세가지로 흰색 티셔츠 라면 유기농이라 해도 표백제 및 흰색 염료가 사용된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100% 오가닉 제품이라면 제조과정에서도 염색이나 방축가공을 일절 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의류에 비해 세탁 후 옷이 줄거나 늘어지기 쉽고 색이 잘 바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 무엇을 위한 오가닉인가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오가닉 패션시장은 매년 400~500%씩 성장하고 있다. 업계는 시장규모를 약 200억대로 잡고 있으며 앞으로도 급속히 팽창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래를 위해 중요한 것은 ‘오가닉 패션을 찾는 이유’ 이다. 리바이스 유은영씨는 “오가닉 의류를 선택하는 것이 단지 자기 몸을 위한 것이라면 그건 본질이 오도된 것”이라고 한다. 인류와 지구를 위한 전망을 갖는, 보다 윤리적이고 보편적인 선(善)을 생각할 기회를 갖는 것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오가닉 패션을 대하는 태도는 딱 두 가지로 나뉘며 대처법도 다를 수 밖에 없다. 건강을 위한 것이라면 명망있는 국제유기농기구의 인증마크를 꼼꼼하게 점검할 것, 옷을 통해 환경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누런 티셔츠 한 장이라도 기쁘게 사되 꼭 빨아서 입을 것.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 "원면·제조공정 인증마크로 확인하세요"

유기농 원단을 이용한 오가닉 패션의 인기는 세계적인 추세다. 그러나 웰빙에 초점이 맞춰진 국내와 달리 환경보호 쪽에 방점을 둔다.

자연 100% 유기농을 선전하는 것보다 그린 패션이라는 보다 넓은 개념을 통해 유기농법 면을 많이 사용하고 제조과정에서 친환경적 방식을 선호하며 대나무섬유나 콩섬유 등 면에 비해 살충제나 화학물질을 덜 사용하는 원단을 개발하는 등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 오가닉 패션이 보다 좁은 의미의, 몸에 좋은 의류라는 쪽으로 이미지가 고착되는 것은 유기농산물 열풍에서 볼 수 있듯 건강에 대한 맹렬한 관심에서 비롯된다. 더 오가닉 코튼의 박윤 과장은 “유럽이나 미국은 유기농 제품 전체 시장이 4,000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크지만 엄격한 유기농 100%를 고집하기 보다 유기농 면을 함유한 친환경 제품을 포괄하는 비교적 느슨한 규정을 갖고 있다”며 “반면 한국이나 일본은 당연히 유기농 100% 면을 생각할 정도로 소비자가 깐깐한 편인데 양국 다 몸에 좋다는 기능쪽에 무게를 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같은 유기농 100% 면이라고 해도 원사의 질은 천차만별이다. 유기농 목화의 재배지는 미국의 텍사스, 터키, 인도, 중국, 아프리카의 말리 등이 유명한데 이중에서도 텍사스산이 가장 고급품이다. 중국이나 인도산은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티셔츠 한 장에 1만원대에서 4,5만원대까지 가격차가 심한 이유다.

명망 있는 국제적 오가닉 기관에서 인증을 받았는지 여부에 따라 제품의 신뢰도도 크게 달라진다. 현재 유기농 의류에 대해 인증을 하는 국제적 공용기구는 없다. 다만 나라마다 세계적으로 신뢰도를 인정받고 있는 몇몇 비영리 인증기관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독일의 IVN(International Association Natural Textile Industry), 일본의 JOCA(Japan Organic Cotton Association), 미국의 TDA(Texas Department of Agriculture), 스위스의 IMO(Institute for Marketecology Organization) 등이다. 이들 인증기관은 목화 원면에 대한 인증을 해주는 곳과 원면 뿐 아니라 생산 제조과정에 이르기까지 친환경적 공정을 거쳤는지까지 심사를 해서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곳으로 다시 나뉜다.

아쉽게도 국내에는 유기농 인증기관이 없다. 유기농 면 재배 자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니 인증기관이 설립될 토양 자체가 안 된다. 대부분의 오가닉 패션 제품이 수입원단을 이용해 제조 판매된다.

결국 말 그대로 100% 유기농 면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제품 구입시 인증마크를 꼼꼼히 들여다 보는 것이 필수다. 원면에 대한 유기농 인증인지, 제조공정에 대한 친환경 인증 마크인지, 양쪽 다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들 인증기관의 마크는 보통 제품설명서에 부착되거나 의류 안쪽의 사용설명서에 표기된다. 더불어 유기농 면이 어디 나라에서 수입한 원단인지도 눈 여겨 봐야 품질 좋은 원면의 감촉을 즐길 수 있다.

■ 유기농 면 인증 기관들 표

▲ TDA / 미국 텍사스주 농무성 / 목화원면에 대해 인증. 목화 재배과정중 해충 제거방법, 질병 예방법, 기술관리법 등의 기준을 통과한 면에만 부여

▲ JOCA / 일본 유기농 면 협회/ 유기농 원사와 의류 완제품의 생산 제조과정에서의 친환경 공정 여부까지 심사하는 인증마크.

▲ IMO / 스위스/ 목화 생산 및 원사 원단 제조에 관한 인증마크.

▲ IVN / 독일/ 유기농 원사 생산 및 원단 제조, 그리고 친환경적 노동환경 까지 규칙을 적용.

▲ ECO-CERT/ 프랑스/ 유기농 화장품 성분 인증기관으로 유명하지만 유기농 원사와 원단, 완제품에 대해서도 인증.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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