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을 살해한 자는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한 군 형법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군 형법 제53조 1항은 상관을 살해한 자에 대해 사형만을 유일한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재 결정으로 1962년 제정된 이후 유지됐던 해당 조항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동흡 재판관)는 29일 2005년 ‘GP 총기난사’ 사건으로 8명을 숨지게 한 김동민 일병이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 “해당 조항은 심각하게 불균형적인 과중한 처벌”이라며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해당 조항은 상관을 살해한 경우 동기와 행위를 묻지 않고, 법정형으로 사형만을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려는 실질적 법치국가 이념에 어긋나고, 형법 체계상 정당성을 상실해 위헌”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우리 형법은 살인범에 대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규정하고 집행유예도 가능토록 하는 등 탄력적이고 폭 넓은 법정형을 정하고 있는데, 군 형법의 이 조항은 심각하게 불균형적인 과중한 형벌”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군 형법의 상관폭행, 상관상해 관련 조항은 전시와 평시를 구분하는데 상관살해 조항은 범행시기에 따른 구분이 없고, 가해자와 상관 사이에 명령복종 관계가 있는지도 따지지 않는다”며 “살해 동기와 정황, 살해방식 등을 고려해 합리적 양형이 가능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은 범죄인의 교육개선과 사회복귀를 기본으로 하는 우리 헌법의 기본취지에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남북한 대치 상태가 존재하는 특수상황이 있다 해도 군 형법상 상관살해에 대해 사형만을 유일한 법정형으로 규정한 나라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 일병은 2005년 6월19일 새벽 복무 중이던 경기 연천군 모 육군부대 GP(전방관측소) 내무반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8명을 숨지게 한 혐의(상관살해 및 살인 등)로 기소돼 2005년 4월과 2006년 11월 보통군사법원과 고등군사법원에서 각각 사형을 선고 받았으며, 대법원은 김 일병의 신청을 받아들여 지난해 8월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