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주술에 걸려 주춤거리면서 안전지대를 찾으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져 왔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증시마저 고평가 의견이 나오면서, 이젠 ‘포스트 브릭스’ 국가가 대안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의 이목을 끄는 곳은 아직까지 개발 여력이 많고, 도로ㆍ항만 등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빠른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저개발 국가들. 이른바 ‘프런티어 마켓’으로 불리는 이들 국가들은 세계 시장의 변방으로 알려진 동남아시아와 동유럽, 아프리카, 남미에 몰려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프런티어 마켓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브릭스에 비해 경제 규모는 보잘 것 없지만 경제 성장률과 주가 상승률은 탁월하기 때문.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프런티어 마켓의 증시는 연평균 23.7% 올라 선진국(3%)은 물론 브릭스(12.4%)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높았다. 개별 국가별로 보면 우크라이나 증시는 지난 3년간 수익률이 700%를 넘나 들었고, 슬로베니아 증시는 1년간 110% 급등했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국가들이 아직 경제 성장 초입 단계여서 세계 증시를 침체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쇼크와 동떨어져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인베스텍에셋 매지니먼트의 제러미 가디너 이사는 최근 프런티어 마켓 중의 하나인 아프리카를 “서브 프라임 부실과 미국의 주택경기 침체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난 축복 받은 땅”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관련 펀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도이치자산운용은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를 토대로 11개 유망 지역에 투자하는 ‘도이치포스트일레븐재간접’ 펀드를 출시했고, 유리자산운용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남아공 터키 아르헨티나에 투자하는 ‘VISTA 펀드’를 내놨다.
하지만 아직까지 프런티어 마켓만을 포함시킨 펀드는 극소수다. 일례로 동유럽 펀드는 러시아의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프런티어 마켓 펀드로 부르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 때문에 펀드 이름만 보고 덥석 선택하기보다는, 투자 국가의 비중을 꼼꼼히 살펴 봐야 제대로 된 프런티어 마켓 펀드를 고를 수 있다.
또 이들 펀드들은 운용기간이 길지 않아 성적이 썩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세계 증시가 급락한 최근 1개월동안의 수익률 정도만이 해외 주식평 펀드 평균 수익률(-8.73%)을 뛰어 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전략이 미래 성장성에 중점을 둔 만큼 ‘기다림의 자세’을 견지한다면 괜찮은 투자 대상이라고 강조한다. 우리투자증권 조한조 연구원은 “프런티어 마켓은 70~80년대 우리나라를 연상하면 될 것 같다.
성장성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정치적 불안 등 위험 요소도 다분한 만큼 어떤 펀드보다도 장기투자와 분산투자라는 투자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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