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핵심은 한글계약서다. 그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른바 ‘주식거래 이면계약서’의 내용이 속속 공개되면서 한글계약서가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4건의 계약서를 한꺼번에 살펴보면 복잡한 주식거래를 통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LKe뱅크와 EBK증권중개, BBK투자자문을 모두 실효적으로 지배하려는 시도가 담겼다는 게 김경준(41ㆍ구속)씨 측 주장이다.
그러나 이 중 한글계약서가 위조된 것이라면 파괴력은 크게 떨어진다. 논란의 핵심인 이 후보의 BBK 실소유 여부 규명이 어려워지고 김씨 측 주장도 설득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3건의 영문 계약서 내용은 이 후보가 LKe뱅크와 EBK증권중개의 소유권을 확보하는 과정과 관련된 것인데, 여기에 BBK를 추가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한글계약서다.
한글계약서는 2000년 2월21일 ‘이명박’과 ‘LKe뱅크 대표이사 김경준’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돼 있으며, 내용은 이 후보가 보유한 BBK 주식 61만주를 김씨가 49억9,999만5,000원에 매입하는 것으로 돼 있다. 계약서대로라면 이 후보가 2000년 2월21일까지는 BBK의 소유주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글계약서의 진위 여부가 검찰 수사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라는 의미다.
그러나 한글계약서가 지니는 의미가 밝혀지면서 이 후보측 뿐만 아니라 김씨 측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씨 측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갖기 전만 해도 계약서는 3건이라고 밝혔다가 정작 기자회견장에서는 4건의 계약서가 있다고 말을 바꿨다. 추가된 1건이 바로 문제의 한글계약서다.
4건이냐, 3건이냐는 지금까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문제지만 계약서들의 의미가 밝혀진 현 시점에서 보면 의미심장한 대목으로 해석될 수 있다.
2000년 4월 동사무소에 신고된 이 후보의 인감 도장이 2000년 2월 작성된 계약서에 날인돼 있는 점이나 계약서상 맞춤법이 틀린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 등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검찰의 문서 감정을 통해 한글계약서가 허위 문서로 판명날 경우 김씨가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 경우 김씨는 ‘문서위조범’이라는 낙인을 피하기 어려워지며 다른 서류들을 내놓는다 해도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반면 한글계약서가 진본으로 밝혀진다면 이 후보는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가뜩이나 BBK의 이름이 명시된 명함의 사용 여부와 1999년초 한국 체류 여부에 대해 말바꾸기 논란이 제기된 상황에서 “BBK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한 적이 없다”는 해명마저 뒤집힐 경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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