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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황금나침반' 황금 나침반·마법의 검 들고 떠나는 판타지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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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황금나침반' 황금 나침반·마법의 검 들고 떠나는 판타지 모험

입력
2007.12.0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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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립 풀먼 지음ㆍ이창식 옮김김영사 발행(전 3권)ㆍ416~635쪽ㆍ각권 1만2,000원판타지 3대 거장 필립 풀먼이 풀어내는 방대한 서사시

영국 소설가 필립 풀먼(61)의 ‘황금나침반’ 3부작-시리즈 원제는 ‘그의 검은 물질(His Dark Materials)’로,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 의 시구에서 따왔다-은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와 함께 1990년대 후반 세계 어린이책 시장을 양분한 책이다. <황금나침반(northern lights)> (1995), <마법의 검(the subtle knife)> (1997), <호박색 망원경(the amber spyglass)> (2000)으로 구성된 3부작에서 풀먼은 열두 살 여걸 ‘리라’를 비롯한 매력적 캐릭터와, 동물 형체를 쓴 인간의 수호정령 ‘데몬’ 등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며 세계적 판타지 작가로 부상했다.

평단의 반응도 좋아서 1부는 카네기메달, 가디언상 등 유수의 아동문학상을, 3부는 어린이책 최초로 영국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휘트브래드상을 받았다. 일부 비평가들은 풀먼을 ‘반지의 제왕’의 J.R.R.톨킨, ‘나니아 연대기’의 C.S.루이스와 더불어 현대 판타지 3대 거장으로 꼽기도 한다. 국내에선 3권이 1999~2001년 순차적으로 나온 후 절판됐다가 이번에 번역 감수를 거쳐 재출간됐다. 내달 1부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도 개봉될 예정이다.

모험을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 리라와 윌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던 어린이다. 왈가닥 소녀 리라는 잇따라 실종되는 친구들을 찾으러 나섰다가, 숙부인 줄 알았던 아버지가 발견한 다른 세계의 통로에 빠진다.

현대에서 살고 있던 소년 윌은 모험가 아버지의 실종 후 괴한들에게 쫓기다가 역시 세계의 ‘문’으로 도망쳐 리라와 조우한다. 진실을 잴 수 있는 ‘황금나침반’과 시공간의 구멍과 통로를 만들 수 있는 ‘마법의 검’을 지니고, 두 주인공은 죽음의 세계에서 영혼을 구해내려 한다.

톨킨, 루이스처럼 옥스퍼드대 출신으로, 40세 때 전업작가가 되기 전 대학에서 전통 설화와 빅토리아 시대 소설을 강의했던 풀먼은 중세부터 빅토리아 시대까지의 영국사, 오리엔트 및 스칸디나비아 지역 신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다중 세계를 창조해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작가의 반(反)기독교적 세계관. 리라와 윌이 기독교 근본주의 단체와 대결하는 구도나, 신은 생명의 근원을 자처하는 천사일 뿐이며 그런 독재자에 항거한 천사들이 교회에서 이단으로 배척되고 있다는 등의 설정은 유일신 종교보다 범신론에 경도된 작가의 정신 세계를 방증한다. 풀먼은 한 인터뷰에서 “순수한 동화의 세계에 기독교 철학을 주입했다”며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방대한 서사를 일말의 지루함도 허용치 않고 솜씨좋게 풀어나가는 영미소설 전통의 저력을 새삼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 좋은 읽을거리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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