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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엔의 반란…깨지는 '달러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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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엔의 반란…깨지는 '달러 평화'

입력
2007.12.03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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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리딩(leading) 통화’들의 중심이동이 너무 빠르다.

빠르다 못해 변덕스러울 정도다. 수년간 유지해온 ‘달러 및 엔화 약세, 유로 강세’ 구도가 최근 급속히 무너지고, 최근 ‘달러 급락, 유로 및 엔화 초강세’ 양상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 근간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도화선이 된 ‘팍스 달러리움(Pax Dollariumㆍ달러가 주도하는 세계 경제 질서)의 붕괴 우려, 그리고 저리 엔화 투기자금(엔캐리 트레이드)의 급격한 회수가 있다.

강세에서 약세로, 약세에서 강세로 널뛰기하는 주요국 통화 가치 변동에 우리나라 같은 주변국 환율도 요동을 치고 있다.

지금껏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기축통화인 달러화는 늘 안전 자산 역할을 해왔다. 아시아 외환위기 등 예외는 별로 없었다.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서, 또 관리자로서 미국이 위기 상황에서도 달러화의 가치를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판이하다. 달러가 안전 자산으로서보다 오히려 위험 자산으로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지금의 국제금융시장 불안의 진원지가 다름 아닌 미국이라는 점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경제가 둔화가 아닌 침체(경착륙)에 빠질 경우 달러가 더 이상 안전 자산으로 기능하지 못할 거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장기간의 달러 약세 기조도 최근의 이 같은 분위기에 부채질을 했다”고 해석했다.

최근 유로화의 초강세는 달러를 보완하는 새로운 기축통화에 대한 기대감의 반영으로 보인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8월 이후, 유로화 강세는 몹시 가파르다.

8월 중순 유로당 1.3417달러에서 23일 현재 1.4848달러로 급격히 상승했다. 3개월 간 통화가치 상승률(절상률)이 11%에 달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유로화가 달러화 대체 통화는 아니더라도 ‘또 하나의 기축통화’로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수년간 약세에 허덕였던 일본 엔화의 가치 상승은 최근 몇 달 간만 보면 유로화보다 더 가파르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속에서 전세계 각국에 투자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급격히 청산(회수)되면서 엔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탓이다.

일본의 정책금리는 0.5%로 미국(4.5%) 등 선진국과 여전히 3~4%포인트 차이가 나는 등 엔캐리 트레이드 요인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배(금리 차익)보다 배꼽(환차손)이 더 커질 수 있고, 금융시장 불안 속에서 투자 자산의 가치가 급락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청산 행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주요국 통화간 역학 구도가 급변하면서, 우리나라 등 주변국들의 통화 가치 역시 요동을 치고 있다. 극심한 원화 강세로 “못 견디겠다”고 아우성치던 것이 불과 1~2개월 전. 이제는 가파른 원화 약세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달러가 신흥시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안전자산으로 기능하면서 10월말 900원에 간신히 턱걸이했던 원ㆍ달러 환율은 순식간에 930원을 돌파했고, 글로벌 엔화의 초강세 속에 원ㆍ엔 환율(100엔당) 역시 한달 새 78원 가량 치솟았다.

하준경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상실하는 등의 근원적인 변화는 생기지 않겠지만, 당분간 금융시장 불안 속에 글로벌 통화간 급격한 가치 변동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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