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시끄럽다. 길을 메운 자동차, 꼬리를 물고 달리는 전철, 끊임없이 파고 덮고 허물고 짓는 건설공사,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으려고 한껏 크게 틀어놓은 상점가의 음악 등으로 잠시도 귀가 편할 때가 없다.
아직 수질ㆍ대기 오염 등 다른 공해에 비하면 소음 공해에 대한 반발은 무딘 듯하다. 처음에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도 시간이 지나면 잘 들리지 않게 되고,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의식하지 못하게 되고, 심지어 잠이 들더라도 소음은 인체에 계속해서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소음피해를 최대한 과장한 것이 무협지에 나오는 음공(音功)이다. 절정고수는 거문고 줄을 튕기거나 퉁소를 부는 것만으로 돌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갈라질 정도의 힘을 발휘한다. 한칼에 수천 명을 벨 수 있다는 무협지 특유의 과장법이긴 하지만 음파에 에너지를 실을 수 있고, 그 에너지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는 과학적이다.
실제로 선박 운항 등 인간이 만든 수중 소음이 고래 등 해양 포유류의 짝짓기나 어류의 산란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레 파열 등 직접적 내상을 준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인간은 물고기보다 튼튼해서 소음만으로 장기나 신경세포가 파괴되진 않는다. 그러나 얼마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소음에 따른 질병 악화로 세계적으로 연간 20만 명 이상이 조기 사망한다고 밝혔듯 소음의 위협은 이미 심각하다. 인체는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 코티졸이나 아드레날린 등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며 경계태세에 들어간다.
이런 상태가 다름아닌 만성 스트레스이고, 그에 따른 생리 변화는 특히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을 크게 앞당긴다. 소음이 짜증스러운 것도 건강 피해를 빨리 피하라는 경고인 셈이다.
■최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아파트 신축 및 학교 증축 공사로 발생한 소음이 인근주민에 끼친 정신적 피해를 인정, 총 8,974만원을 배상하도록 했다. 소음을 줄이기 위한 방음벽 설치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사장 소음이 최고 84㏈에 이르러 일반주거지의 소음기준인 70㏈을 크게 넘었기 때문이다.
소음공해에 대한 국민인식이 빠르게 깨어나고 있어 산업계에 적잖은 과제가 되고 있다. 산업소음만 견디기 어려운 게 아니다. 선거 때의 볼거리였던 '장터 유세'를 두고 상인들이 '시끄럽고 장사에 방해만 된다'고 반발한다는 소식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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