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로열티를 받고 주택브랜드를 수출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2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사업설명회를 열고 “국내 주상복합 브랜드인 ‘월드마크(World Mark)’를 수출해 쿠알라룸푸르 잘란 암팡(Jalan Ampang) 인근에 ‘월드마크 쿠알라룸프르’(조감도)를 분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이를 위해 현지 부동산 개발회사 카우저(Kausar)와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대우건설은 ‘월드마크’라는 상표를 수출하는 조건으로 28억원의 로열티를 받는다.
1999년 미국 트럼프월드에 로열티 300만달러(27억원)를 주고 주상복합 아파트 사업을 시작한 지 9년 만에 역으로 자체 고유 브랜드를 수출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대우건설은 2004년 자체 주상복합 아파트 브랜드 ‘월드마크’를 런칭했다.
한때 부실기업에서 국내 시공능력 1위 기업으로 거듭난 대우건설로선 말레이시아 주택사업 진출에 따른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1990년대 말레이시아에서 수주액 1위 기업으로 군림하다 외환위기로 눈물을 머금고 철수한 뒤 10년 만의 재진출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은 지급보증 없이 진행하는 순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증권 등 국내 기관투자자 9곳이 사업성만 보고 1,000억원의 펀드를 만들어 투자하는 ‘순수 개발투자’ 사업이다. 삼성증권 윤춘선 부장은 “금융기관이 모든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이지만, 사업성이 밝아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내년 3월 국내 투자자들을 상대로 분양에 들어갈 ‘월드마크 쿠알라룸푸르’는 총 1만9,743㎡(6,000여평) 부지 위에 오피스 1개동, 서비스드 레지던스 1개동, 고급 아파트 3개동 470가구가 들어선다.
오피스 건물은 카우저사가 본사건물로 사용하기 위해 이미 매입을 끝냈다.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88층짜리 쌍둥이 빌딩 ‘KLCC’에서 직선으로 3km(차로 15분) 정도 떨어져 있고, 교육여건이 뛰어난 국제학교가 몰려 있는 곳이라 자녀 조기유학을 고려하고 있는 국내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한 승 대우건설 현지 법인장은 “임대수익이 연 9%에 육박하고 양도소득세도 없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도 현지 모기지론을 통해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의 최고 90%까지 저금리(6% 미만)로 대출이 가능해 초기 자금부담이 적다는 것도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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