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대학을 졸업한 뒤 가방 제조업계에 진출한 오모(47)씨. 오씨는 ‘최고의 가방’을 만들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한 끝에 숙련된 기술을 갖추게 됐고, 업계가 인정하는 실력 있는 전문가가 됐다.
작은 가방공장을 운영하던 오씨는 마침내 2001년 5월, 이탈리아의 가방 제조업체 G브랜드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국내 법인을 설립, 본격적인 제조ㆍ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오씨는 갈고닦은 기술로 최상급 품질의 가방을 생산했지만 ‘명품의 벽’은 넘기 힘들었다. 해외 명품들은 불티나게 팔리는 반면 오씨의 제품은 좀체 팔리지 않았고, 2005년 10월 오씨의 업체는 결국 부도를 맞았다.
오씨는 사업 실패가 브랜드에 대한 낮은 인지도 때문이라고 판단, 이후 ‘짝퉁’제조에 나섰다. 오씨는 샤넬, 루이뷔통 등 해외 명품을 모델별로 직접 구입해 일일이 뜯어본 뒤 본을 떠서 똑같이 만들어냈다. 이렇게 제작된 ‘짝퉁’ 가방이나 지갑들은 명품 업체의 감시원들조차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진품과 똑같았고, 오씨는 ‘짝퉁 업계’의 1인자가 됐다. 2인자들의 질투에 찬 고발 등 보안을 의식, 친형(51)과 여동생(42)을 동원해 각각 재단방과 완제품 공장 관리 책임을 맡겨 경찰 단속을 피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결과 오씨는 올해 5월부터 이 달까지 가방 9,145개(정품가 110억원 상당)를 만들어 남대문과 이태원의 도소매상에 판매, 11억여원을 챙겼다. 오씨는 “자신감을 갖고 시작했던 사업이 명품 선호 풍조로 인해 망해 버리자 ‘짝퉁의 유혹’에 빠졌다”며 고개를 떨궜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6일 상표법 위반 혐의로 오씨를 구속하고 판매책 유모(37)씨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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