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명수 칼럼] 악몽 같은 대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명수 칼럼] 악몽 같은 대선

입력
2007.12.03 00:31
0 0

어떤 대통령 선거도 좋은 추억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차별 폭로, 정보 조작, 불법과 타락, 파렴치한 거짓말과 인신공격 등이 난무하지 않은 선거가 없었다. 민주화 이후의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도 투표하고 싶은 후보가 있고, 그 후보에 대한 꿈과 기대가 있고, 내가 가진 한 표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이번 선거는 한마디로 악몽이다. 후보에 대한 꿈은커녕 빈약한 기대조차 흔들리고 있다. 입후보자가 무려 12명으로 선거사상 가장 많다는 것도 불쾌지수를 높이는 일 중의 하나다.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평가 받던 사람들이 왜 단 1%의 가능성도 없는 선거판에 몸을 던져 대통령이 되겠다고 웃기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입후보의 목적이 미래를 위한 정치운동이라면 운동가다운 정책과 주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후보도 찾기 어렵다.

● 유권자들은 고민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인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다이너마이트처럼 후보를 위협하는 BBK 주가조작 의혹에도 불구하고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의 지지자들 역시 즐겁지는 않다.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도덕성이니 인격이니 하는 고상한 덕목이 아니라 일 잘 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의 지지자들 중에는 많다. 그런 지지자들도 막상 눈 앞에서 전개되는 BBK의혹 공방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본인과 누나와 아내와 노모가 차례로 나서서 이명박 연루설을 주장하는 김경준씨 일가를 바라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명박씨의 판단력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이명박씨가 범인인지 피해자인지 현재로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의 주장처럼 피해자라 하더라도 부적절한 동업관계를 맺었던 판단력 결함이 치명적으로 두드러진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한국일보가 지난 2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의 복잡한 심정이 잘 드러난다. BBK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정치적 공방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씨에 대한 지지율은 39.4%로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후보가 결백하다는 주장을 62.8%가 믿지 않고 있으며, 이 후보 지지자 중에서도 33%가 안 믿고 있다. 지지자의 62.2%는 이 후보의 주가조작 관련설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계속 그를 지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후보를 믿지 않지만 그를 지지하겠다는 사람들은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보수층과 "도덕성보다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심정이다. 노무현 정권의 실패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는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보수의 집권을 막기 위해 그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 이번 선거의 성격은 단순하다. 보수적인 유권자들은 진보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서, 진보적인 유권자들은 보수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 별로 마음에 안 들더라도 보수와 진보의 대표 주자들을 찍겠다는 생각이다.

이번처럼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분명한 선거는 일찍이 없었다. 진보정권 10년의 경험이 나름대로 국민에게 보수와 진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수 있게 했다.

● 그러나 도망칠 수 없는 선거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노선이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자신의 선택이 성공하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후보의 자질이 불만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지했다면 지지자들이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 항상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좋은 정책에는 적극 호응하고, 크고 작은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진정한 보수, 진정한 진보가 성공하도록 협력할 의무가 있다.

이번 선거는 악몽이다. "찍고 싶은 후보가 없으니 기권할 수밖에 없다"고 많은 유권자들은 불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같이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다시 후보들을 살펴보자. 이번 선거는 우리가 도망칠 수 없는 선거임이 분명하다.

장명수 본사 고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