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유, 불리를 따지지 말라. 검사는 실체적 진실 하나를 보고 가는 것이다.” (검찰 전자신문 ‘뉴스프로스’와의 퇴임 인터뷰에서)
정상명(57ㆍ사시17회) 검찰총장이 임기 2년을 채우고 23일 퇴임한다. 대선 최대 쟁점이 된 BBK 주가조작 사건, 삼성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한 수사, 이른바 ‘삼성 떡값 검사’에 대한 감찰 등 산적한 현안을 후배들에게 맡긴 채…. 그 때문에 정 총장은 최근 주변에 복잡한 심경을 자주 밝혀왔다.
지난 16일 대검 출입기자들과 가진 고별 저녁 자리에서 정 총장은 BBK 사건 등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을 염두에 둔 듯, “진실은 하나 뿐이다. 그것이 떳떳하다면 (주변에서 뭐라 해도 검찰은) 괜찮다”고 말했다.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낸 다음 선악은 세상인이 판단하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떡값 검사 논란으로 검찰 내부를 향해 칼을 대야 하는 특별수사ㆍ감찰본부를 발족시키고 떠나는 상황도 안타까워 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하면서 ‘특급소방수’역할을 맡아 이 자리에 왔는데, 결국 마지막도 희한하게 됐다”며 “30년 검사 생활을 하며 몸 담았던 조직에 특별수사감찰본부장을 임명하고 나가야 하니, 뭐가 이렇게 얽히었나”고 토로했다.
2년 전 김종빈 검찰총장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 사건 처리를 놓고 검찰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천정배 법무부 장관과 대립해 사퇴한 상황에서 후임 검찰총장에 임명된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묘하게 오버랩되는 것을 언급한 것이다.
정 총장은 재임 기간 중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현대차 비자금 조성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처리했다. 특히 지난 해에는 법조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사상 처음 기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 변양균ㆍ신정아 사건,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 사건에서는 늑장ㆍ부실 수사 논란이 나왔고,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돼 검찰이 궁지로 몰리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탓일까. 정 총장은 이날 ‘뉴스프로스’와의 인터뷰에서 후배검사들에게 “검찰은 오직 ‘명예’를 먹고 사는 조직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자. 당장의 조그만 이익을 탐낸다면 결국 원칙과 이익 둘 다 잃게 된다”고 당부했다. 후임 임채진 검찰총장은 24일부터 업무를 시작하며, 공식 취임식은 26일 갖는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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