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휴양지 발리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전지구적 ‘전초기지’가 될 수 있을까.
최근 수년 간 폭탄테러와 지진, 쓰나미 등 주로 불안한 소식으로 국제 뉴스란을 장식하던 발리에서 기후변화 대책을 논의하는 제13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약칭 발리 기후변화회의)가 열린다.
3~14일까지 열리는 회의는 180여개국의 정치인과 관료 등이 한 자리에 모여 2012년 효력이 끝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협정을 논의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의무화 여부, 개발에 따른 산림 훼손 방지, 온난화 피해국들에 대한 원조 문제 등을 다룬다. 일각에서 낙관론과 비관적 전망이 교차하면서 미국과 중국ㆍ인도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들의 입장 변화 여부가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환경 변화는 새로운 기후협약 합의에 우호적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앨 고어 전 미 부통령과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데서도 알 수 있듯 최근 1~2년 사이 기후변화에 대한 전세계적 관심은 부쩍 높아졌다. 이미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캐나다, 일본 등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심지어 지난주 제너럴 일렉트릭(GE), 존슨&존슨과 쉘을 비롯한 미국의 150대 글로벌 기업들이 의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촉구했다. 미국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한다는 것은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에 반대해 온 존 하워드 호주 총리가 총선을 통해 물러난 것도 중요한 변화다. 케빈 러드 차기 총리 내정자는 교토의정서에 즉각 서명할 것을 약속한 상태다. 더 나아가 호주마저 EU나 일본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자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까지 발표한다면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라젠드라 파차우리 IPCC 의장은 이 같은 환경 변화를 고려한 듯 “발리에서 각국이 하나의 로드맵을 만드는 데 합의할 것 같다”며 조심스런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들은 아직도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발리 회의가 구체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온실가스 배출량 1위인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에 아직도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고, 중국과 인도 등 빠르게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개도국들도 ‘현재의 온난화는 과거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배출 때문’이라며 개도국의 배출량 규제를 반대하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다만 부시 정부가 최근 전 국가적 차원이 아닌 ‘산업부문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서는 긍정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중국이나 인도 등 개발도상국이 이 같은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이라도 받아들인다면 조금이나마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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