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스 드 발 지음ㆍ김희정 옮김 / 새물결 발행ㆍ360쪽ㆍ16,500원
사소한 다툼에서부터 국가 간 전쟁의 원인까지를 설명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인간은 본능적으로 공격적’이라는 표현이다. 공격성ㆍ폭력성은 인간의 내적 본능으로 저열하고 동물적이며 정글의 법칙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된다. 화해는 단지 선한 의미로서 폭력에 대한 상대적 표현에 국한된다.
하지만 공격적 기질 뿐만 아니라 화해적 본능도 영장류의 본능임을 알리는 책이 번역 출간됐다.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인 프란스 드 발의 ‘영장류의 평화 만들기’는 침팬지, 붉은원숭이, 붉은얼굴원숭이, 보노보 그리고 인간 이렇게 다섯 영장류의 화해 제스처를 관찰한 책이다. 이들의 평화 만들기 전략은 저자가 ‘주제’와 ‘변주’라고 부르듯 사회관계의 회복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 있으면서도 고유하게 나타난다.
네덜란드 아른헴 동물원의 침팬지 우두머리인 ‘니키’는 다른 침팬지 ‘헤니’의 등을 쳤다. 그러자 ‘헤니’는 낮은 신음소리를 내며 니키에게 인사하고 팔을 뻗어 손등에 키스하도록 했다.
니키는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니키는 헤니의 손을 입에 집어넣는 것으로 응하고 둘은 서로 입을 맞춘다. 영장류 중 가장 권위적이고 위계 서열이 확고한 붉은원숭이는 심한 공격 성향을 보이다 이후 입맛을 살짝 다시는 것으로 화해의 제스처를 한다.
또 붉은얼굴원숭이는 상대방의 엉덩이를 붙드는 것으로 화해의 행동을 보이며 보노보는 심각한 갈등 이후 성행위로 화해한다. 화해의 동작은 이렇게 다양하고 고유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저자는 이 모든 화해의 행동이 일종의 생존의 전략임을 지적하고 “우리가 언젠가는 공격적 성향을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져서도 안 되지만 우리가 가진 화해 능력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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