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무소속 이회창,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등 빅3 대선후보의 지지율 추이는 공식 선거운동이 개막됐음에도 별다른 변화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그대로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이는 없다. 조만간 실체를 드러낼 BBK 의혹과 범여 후보 단일화라는 대형 변수로 인해 어떤 형태로든 판세가 크게 출렁일 것이라는 데 견해가 일치한다.
대선판도의 이 같은 유동성은 선거전 초반 후보들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전통적 지지 세를 복원하고 다지는 데 주력하며 판세 변화를 지켜보자는, 이른바 ‘집토끼 지키기’가 주요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상황의 불투명성 때문에 공세적 전략 구사, 승부수 띄우기를 삼가는 형국이다.
현재의 지역별 판세는 이명박 후보가 수도권과 영남에서, 이회창 후보가 충청에서, 정 후보가 호남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각기 텃밭에서 끌어올릴 여지가 많이 있다는 판단이어서 당분간 득표전의 주안점은 이 대목에 맞춰질 전망이다.
이명박 후보는 BBK 수사와 다른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로 인한 지지층 이탈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수도권과 영남의 지지 세를 단단히 다져놓고 검찰의 BBK 수사결과 발표라는 고비를 넘으면 이회창 후보로 넘어간 보수 층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두언 선대위 전략기획단 총괄팀장은 “주변상황에 민감한 이들 지역의 중도성향 30, 40대가 흔들리지 않도록 확신을 심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BBK 전모가 발표되면 불안해 했던 계층들이 재결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는 선명한 보수와 안정감을 적극 부각함으로써 과거 지지세력 복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과거 두 차례 대선의 핵심 지지 층이 결속하면 BBK 수사결과에 관계 없이 지지율이 30%대로 올라 설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혜연 선대위 대변인은 “정통보수의 제1미덕은 도덕성이라는 점, 그리고 이명박 후보가 대북정책에서 현 정부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참 보수 이회창의 진면목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동영 후보는 호남 결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호남권 지지율이 60%대 이상으로 올라선다면 수도권의 호남출신 유권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면 지지율은 20%대 후반으로 치고 올라가고 진보성향 지지자들도 정 후보의 통일경제 비전에 귀를 기울이게 돼 막판 역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강래 선대본부장은 “민주당과의 통합 실패로 지지율 상승 동인이 약해졌지만, 결국은 호남 민심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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