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냈습니다. 여수 만세!”
27일 새벽 날아든 프랑스 파리발(發) 낭보에 남해안의 작은 항구도시, 여수는 하루 종일 감동과 환희의 물결로 가득했다. 5년전 중국 상하이에 밀려 눈물을 삼켜야 했던 악몽을 떨치고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어깨춤을 추며 기쁨의 눈물을 뿌렸고, 얼굴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이날 오전 5시50분께 여수가 모로코 탕헤르를 누르고 2012년 엑스포 개최지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순간, 여수시청 앞 마당은 만세를 외치는 함성으로 뒤덮였다.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며 전날부터 12시간 가까이 뜬눈으로 밤샘응원전을 펼치던 1,000여명의 시민들은 서로 얼싸안고 애국가를 목놓아 불렀다.
엑스포 유치기원 문구가 담긴 대형 플래카드로 뒤덮인 여수시 청사 건물 위로 수십 발의 축포가 수를 놓았고 시민들의 엑스포 갈증을 씻어주는 샴페인도 곳곳에서 터졌다.
박정섭(56ㆍ신기동)씨는 “2002년 12월의 쓰라린 아픔은 깨끗이 사라졌다”며 “여수시민들의 저력을 보여준 것 같아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개최지 결정 직후 시민들은 날이 밝아올 때까지 시청을 떠나지 않고 태극기를 흔들며 “여수! 엑스포”를 외쳐댔고, 거리의 차량들도 경적소리로 장단을 맞추며 박람회 유치성공을 축하했다. 집에서 TV를 보며 승리를 만끽하던 시민들도 시청 앞으로 뛰쳐나와 환호성을 올리는가 하면 여기저기서 축하행진도 벌였다.
오늘이 있기까지 시민들은 전국을 돌며 엑스포개최를 홍보하는가 하면 BIE 회원국에 편지를 보내 지지를 호소했다. 또 각 가정마다 태극기를 게양하고, 매일 정오 유치기원 묵념을 하기도 했다.
투표결과가 나오기 불과 몇 시간 전까지도 개최지 선정 실패 가능성을 우려해 긴장을 늦추지 않았던 시민들은 개최지 발표 직후 엑스포 주제나 개최 능력 등 여러 면에서 2012년 세계박람회를 여수에게 개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길신(55ㆍ여)씨는 “여수시민들의 엑스포 개최의지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세계가 놀랄 엑스포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수시민들은 특히 여수가 2012년 세계박람회를 치르고 나면 낙후성을 면치 못했던 여수를 비롯한 남해안권 도시들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엑스포 유치 성공의 여운은 여수 전역에서 밤 늦게까지 계속됐다. 여수시는 이날 오후 7시 종화동 해양공원과 여서동 여수지방해양수산청에서 대규모 불꽃놀이와 함께 시민들을 위한 축하행사를 열어 감동을 이어갔다. 또 시내 일부 음식점과 술집 등에서는 엑스포 유치를 기념하는 무료 및 할인 시식ㆍ시음행사가 이어져 축제분위기를 돋구었다.
이성준(44ㆍ국동)씨는 “오늘처럼 여수에서 살고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던 적은 없었다”며 “이제 여수시민들이 하나가 되어 보여줬던 뜨거운 유치열기를 밑거름으로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또 다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수=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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