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사건의 핵심 주역인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씨가 공개한 ‘한글 이면계약서’에 대해 한나라당이 위조된 것이라고 반박해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인 홍준표 의원은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후보의 인감도장과 서명 등이 기재된 인감증명서, LKe뱅크 정관 및 이사록, 하나은행 풋옵션 계약서 등 4건의 반박 증거를 공개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한나라당 반박의 핵심은 ‘문건에 사용된 인감은 이 후보의 인감이 아니며 따라서 이면계약서는 김씨가 만든 막도장으로 날조된 가짜’라는 것이다.
홍 의원은 이 후보의 인감이 찍힌 서류들을 제시하면서 “문건에 찍혀 있는 도장은 이 후보의 인감이 아니며, 이런 인감 자체가 없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그 논거의 하나로 이 후보는 불과 사흘 전인 2000년 2월18일자 Lke뱅크 정관을 만들 때에도 인감을 사용했는데 문제의 문건에 찍힌 인감과 다르다는 점을 꼽았다.
고승덕 변호사도 “문건에 나온 인감은 2000년 4월 이 후보가 인감도장을 잃어버려 ‘개인(改印)’ 신고를 한 뒤 만든 인감을 본떠 위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육안으로는 유사해보이지만 진짜 도장보다 크기가 크고 ‘박(博)’자 같은 경우 위조본은 왼쪽 획인 십(十)자가 (원본보다) 윗부분에 올라가 있다. 감정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측은 또 50억원짜리 계약서에 도장만 있고 친필 서명이 없는 점도 위조의 방증으로 들었다. 고 변호사는 “하나은행과의 풋옵션계약서는 5억원짜리임에도 후보가 이름을 직접 서명하고 인감이 날인되어 있다”면서 “어떻게 10배나 큰 거래에 서명이 없을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측은 이어 이면계약서 작성 당시 BBK투자자문 주식 60만주(지분 98.36%)는 제3자 소유인 사실이 확인된 만큼 계약서는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남대문세무서에 신고된 ‘BBK 주식 등 변동상황 명세서’에는 2000년 5월까지 김씨의 지인 홍종국씨가 소유한 이캐피탈이 60만주를 소유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 정성호 의원은 “우리가 아는 바로는 검찰이 상당 정도 계좌추적 결과를 확보했다”면서 이 후보 연루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이회창 전 총재측 이혜연 대변인도 “이 후보의 BBK 명함 사용 여부, 김경준씨와의 첫만남 시기, 한글계약서의 진위 여부 등 양측 주장이 완전히 엇갈린다”면서 “이 후보는 더 늦기 전에 BBK 사건의 진실을 즉각 고백하라”고 압박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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