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27일 "삶의 최전선에서 선거를 시작하겠다"며 서울시내 시장 5곳을 돌았다.
이날 0시 노량진 수산시장을 시작으로 남대문시장 가락시장 경동시장 동대문시장 동서울터미널 등을 30분 단위로 훑으며 이 후보는 "자만하고 안이했던 과거를 벗고 서민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푸른색의 낡은 홑겹 점퍼 차림이었다.
이 후보는 시장에서 1만원짜리 털점퍼와 2만원어치 목포산 조기, 생굴 등을 사고 3,500원짜리 칼국수로 점심을 해결했다. 그는 생선을 다듬던 상인의 고무장갑 낀 손도 주저 없이 잡았다. 가락동시장에선 "서민이 가슴 활짝 펴고 웃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서민 가정 통신비 대폭 인하와 '1 재래시장 1 주차장' 의무 설치 등 서민 공약도 내놓았다.
이 후보는 "경제는 말로 되는 것도, 최고경영자(CEO)를 했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나라가 안정되고 기본이 바로서야 경제도 잘 되는 것"이라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겨냥했다.
이 후보의 첫날 유세장 풍경은 초라해 보일 정도로 단출했다. 몰려든 군중도, 화려한 플래카드나 음악도 없이 작은 유세차 한 대와 마이크 하나가 전부였다.
그는 롯데월드 앞 광장에 모인 시민 수십 명을 향해 "몰려든 사람 숫자는 5년 전의 12분의 1도 안 되지만 여러분은 내가 왜 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가를 느끼게 해 준다"며 "기호12번이라는 숫자처럼 꼴찌 자리가 바로 내 자리고, 나는 더 이상 거들먹거리는 이회창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이 후보 측은 이날 사용한 유세차 한 대도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마련했다. 캠프에선 이날부터 유세차 100여대를 임대하려 했지만 개조 비용 약 10억원을 지불하지 못해 차를 한 대도 구하지 못했다. 때문에 오전 출정식이 1시간30분이나 지연됐다.
캠프는 10억원 중 일부를 먼저 지불하는 조건으로 유세차를 빌렸다. 이 후보는 출정식에서 "돈이 없어서 차가 늦게 오는 등 엉망으로 보이는 이 상황이 우리의 현주소"라며 "선진한국 만들기 위해 명예와 자존심을 다 버리고 자살의 길에 들어섰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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