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으로 꼽혀온 공기업 직원들이 막상 입사 후 7~9년이 되면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한다는 의외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높은 보수와 정년이 보장되고 성과 목표는 낮은 '심심한 천국'이 초년병 시절에는 매력적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반복되는 일상업무에 안주하는 자신에게 회의를 느껴 방황하게 된다는 것이다. 배 부르다 못해 '재미있는 지옥'을 꿈꾼다는 이 얘기는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들의 운영 및 성과 관리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행정학회가 137개 공공기관 직원 2,775명을 설문 조사해 최근 기획예산처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직 애착도 및 조직목표 관심도는 입사 1~3년차엔 비교적 높다가 이후 점차 떨어져 7~9년차에 바닥을 치고 다시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인이면 누구나 겪는 현상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으나, 공기업의 허술한 성과목표와 이 결과를 엮으면 문제의 핵심이 도드라진다.
이번 조사에서 성과지표의 난이도에 대해 조직 차원이든, 개인 차원이든 65%가 쉽다고 응답했고, 어렵다는 비율은 3~4%에 불과했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목표를 정해 놓았으니, 이것을 달성 혹은 초과하지 못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누가 보더라도 경영 실적이 떨어지는데도 공공기관들이 매년 '성과급 잔치'를 벌여온 배경이 이해된다. 이런 곳에서 임직원들의 창의나 도전이 환영 받을 리 없다. 변화 없는 생활이 답답해 다른 직장을 기웃거릴 만도 하다.
정부는 올 4월 '공공기관 운영법'을 시행하며 공공기관의 성과관리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공기업에 있으면 몸은 편하지만 대기업 등에 다니며 자기계발을 계속하는 친구들에게 뒤처지는 것 같아 괜히 불안하고 초조해진다"는 30대 중반 공기업 직원의 토로를 들으면 무엇을 어떤 방향으로 개선했는지 의문만 가중된다.
공기업 역시 지금처럼 낮은 생산성으로는 존속할 수 없다. 의욕도 없고 성과도 못 내는 이들에게 '심심한 천국'을 제공하기 위해 세금을 낼 국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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