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평가연구소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화학연구원의 부설연구소면서도 연 150억원을 벌어들인다.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을 개발하기 전에 수행하는 동물실험의 3분의 1을 도맡아 하기 때문이다. 부설기관으로 독립한 지 불과 6년 만에 수탁액이 20억원에서 7.5배 늘어 150억원이 되고 60%의 자립도를 갖게 된 데는 한상섭(61ㆍ사진) 소장의 경영마인드가 일조했다.
“우리나라가 신약을 개발하려면 전임상시험 분야가 성장해야 한다”며 독립한 한 소장은 이후 소장이 아닌 ‘영업맨’으로 살았다. 신약, 농약, 건강식품, 화장품 등을 개발하는 제약사, 화학회사 등을 찾아 다니며 해외에 맡기는 독성ㆍ약효시험을 따냈다. 제약사 문턱을 드나드느라 그의 자동차는 1년에 8만㎞씩 달렸고, 한두달마다 해외로 나갔다. 물론 “뭘 믿고 맡기라는 거냐”는 냉대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다국적제약사인 GSK가 전임상시험을 의뢰했고 올해는 듀폰이 고객이 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11월 미국 법인도 없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승인을 받아 주위를 놀라게 한 바이오벤처인 바이로메드는 전임상시험을 100%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 했다.
동아제약의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도 이곳의 전임상 자료를 근거로 FDA 승인에 도전했다. 동아제약의 신청 직후인 2005년 12월 연구소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우수실험실기준(GLP)과 국제실험동물관리인증협회(AAAKAC) 인증이 있음에도 관행에 따라 FDA의 까다로운 사찰을 받았다. FDA가 사찰 결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등급을 매기면 국내 유일의 FDA 공인시험기관이 된다.
한 소장은 “GSK의 전임상을 수탁받기까지 3년이 걸렸다. 그 동안 지적받은 문제점을 일일이 개선했기 때문에 연구소가 성장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제는 수주가 밀려 우리 것 좀 빨리 해달라고 사정하는 제약사가 많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 소장은 “신약개발에 필수적인 전임상분야의 토대를 닦았다는 점에서 국가의 세금을 받은 제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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