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자산운용사가 지난 주 주식시장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운용사는 한참 동안 수익률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금 유입이 집중됐고, 보유 종목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급상승하는 형태를 보였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일각에서는 ‘반 OO 연합전선’이 형성됐다는 둥, 펀드매니저가 선행매매를 했다는 둥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퍼지면서 그 운용사의 주요 보유 종목들이 급락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혼란상은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국내 투자문화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주식형 펀드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지 3년 정도 밖에 안된 터라 투자자들이 펀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는 과거 성과수익률(track record) 자체는 신빙성이 낮다.
투자문화가 발달한 선진국의 경우에는 장기 운용성과를 바탕으로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자산 배분이나 펀드 성과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 최근에 자산운용사들이 단기성과만을 바탕으로 이른바 ‘펀드몰이’를 하거나 일부 펀드에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다 이런 데서 연유한다.
게다가 운용하는 자금 규모에 따라 포트폴리오 보유 종목 수나 전략을 다양하게 가져가야 하는 운용사가 기존의 포트폴리오를 계속 유지한다면 자금이 유입되는 만큼 기존 보유 종목을 매수할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일부 종목에 대해서는 너무 올랐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주가가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증시 선진국인 미국도 1970년대 초반 50종목만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이른바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현상이 발생할 정도로 후진적 시장 흐름을 보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간접투자문화 정착 초기의 혼란은 미국 펀드문화의 개혁을 이끌었고, 나아가서는 80~90년대 초호황 국면을 이끌어냈다.
한국의 펀드 투자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향후 투자자들은 여러가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쓴맛과 단맛을 모두 맛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운용사들 역시 고유 전략에 따라 흥망성쇠를 거듭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점차 잦아들 게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투자형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은 계속되고 있고, 이는 국내 증시 장기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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