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의회가 에밀 라후드 현 대통령의 임기 만료일인 23일 차기 대통령 선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2005년 2월 라피크 알 하리리 전 총리가 암살된 후 본격화한 레바논의 정국 불안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를 비롯한 베이루트 곳곳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중무장 병력이 배치됐고, 암살을 우려해 2개월 동안 반 시리아 성향의 다수파 의원들이 머물고 있는 5성급 호텔 주변의 경계도 한층 강화됐다.
나비 베리 레바논 국회 의장은 대립하는 두 정파가 합의에 도달할 시간을 주기 위해 이날 예정됐던 대통령 선출 회의를 오는 30일로 1주일 연기한다고 밝혔다. 앞서 베리 의장은 같은 이유로 대통령 선출 회의를 네 차례나 연기했었다.
레바논 헌법은 전임 대통령의 임기 만료 때까지 새 대통령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 권한을 내각에 넘기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친 시리아 성향의 라후드 대통령이 행사해 온 권한은 이날 자정부터 자동으로 서방권이 지지하는 푸아드 시니오라 총리가 이끄는 내각으로 넘어가게 돼 헤즈볼라를 중심으로 하는 소수파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되고 있다.
친 시리아 성향의 소수파는 지난해 시니오라 내각에 권력 배분을 요구했다가 총리가 이 요구를 묵살하자 내각에서 소속 각료 6명을 철수시켰으며, 라후드 대통령은 이를 문제 삼아 현 내각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헤즈볼라와 연대해 원내 소수세력을 구성하고 있는 기독교계 지도자인 미셸 아운 의원은 다수파에 2009년 총선까지 임시 대통령 체제를 가동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거부당했다.
레바논에서는 종파 간의 권력 배분 협정에 따라 이슬람 수니파가 총리, 시아파가 국회 의장, 기독교 마론파가 대통령을 각각 맡게 돼 있으며, 대통령보다는 총리가 더 많은 실권을 행사한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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