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출신 경영진이 무능하고 ‘분탕질’만 한다는 한화 측의 말이 사실인지 그 실상을 파악하고자 한다. 30년간 석유화학 부문에 집중해온 대림산업에 대해 무지하다고 하는데 한화 측에 한 수 배워보기 위해 내가 직접 나섰다.”(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이준용(69ㆍ사진) 대림그룹 명예회장이 최근 동업자인 한화 측과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국내 최대의 나프타분해시설(NCC) 업체인 여천NCC의 분쟁 해결사로 나섰다. 여천NCC는 1999년 대림산업과 한화그룹이 각각 50대 50으로 출자해 만든 국내 최대의 납사(나프타) 분해업체.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간 모범적인 구조조정 사례로 주목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인사 불만으로 촉발된 대림과 한화출신 임직원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두 회사를 대표해 경영을 맡고 있는 공동대표들간 법적 공방으로까지 비화했다.
발단은 올 가을 정기인사에 불만을 품은 대림출신의 현장 중견간부 60여명이 한화 출신 공동대표인 이신효 부사장을 항의 방문하면서부터. 이 부사장은 당시 물리적 충돌을 일으켰던 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려고 대림 측이 추진한 특별이사회 개최도 무산시켰다. 여기에 한 언론사가 ‘한화가 여천NCC의 대림 측 지분을 인수할 의사가 있다’고 보도하면서, 양측 CEO간의 전면적인 비방전으로 확대됐다.
대림 출신 이봉호 사장은 27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의도적으로 여천NCC가 굉장한 내분에 휩싸인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들에 대해 우리 명예를 되찾기 위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이 명예회장이 여천NCC의 등기이사로 복귀해 직접 사태 파악에 나섰다. 이 명예회장은 2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 사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대림 관계자는 “여천NCC를 깨는 상황은 대림이나 한화 어느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 명예회장이 해결사로 직접 나선 만큼 갈등이 하루빨리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 또한 “현재 건강문제로 일본에서 요양하고 있는 김승연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며 “여천NCC 문제가 그룹 대 그룹간 감정 싸움으로 비화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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