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그 동안 공을 들여온 시리아가 25일 중동평화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키로 함으로써 27일 미 애나폴리스에서 열리는 회의는 외형적으로는 그럴듯한 규모를 갖추게 됐다.
시리아가 회의에 참여키로 한 것은 직접적으로는 1967년 중동전 때 이스라엘에 빼앗긴 골란고원 반환문제를 국제무대에서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7년만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협상 중재를 위한 평화회의를 개최한 미측은 “참석한 나라들은 모두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골란고원에 대한 시리아측의 문제제기를 묵인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측은 골란고원 문제에 대해 명확한 언급을 회피하면서도 “궁극적인 관점에서 시리아의 참석은 회의에 상당히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시리아의 (반 이스라엘) 정책에 실질적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며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시리아가 외무장관이 아닌 차관을 파견키로 했음에도 불구,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처럼 시리아의 회의 참석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팔레스타인 문제해결을 기본 목적으로 하는 이번 회의가 시리아_이란 간 동맹관계를 약화시키는 기회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은 채 시아파가 장악하고 있는 이란과 동맹을 맺고 있는 시리아는 미국, 이스라엘 뿐 아니라 수니파 온건 아랍 국가들에 의해서도 견제의 대상이 돼왔다.
이라크전에 발목이 잡혀 있는 미국은 중동에서 급속히 지역적 영향력을 확장해가고 있는 이란에 대처하기 위해 시리아를 돌려 세워 이란을 고립시키는 것을 무엇보다 효과적인 방안으로 상정해왔다.
시리아는 레바논 내 시아파 극단주의 세력인 헤즈볼라를 통해 이라크 저항세력을 지원한다는 의심을 받아왔고 팔레스타인내 ‘무장테러조직’인 하마스와도 연계돼 있어 중동평화정착에 직접적 걸림돌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시리아가 중동평화회의 참석을 결정했다고 해서 회의 전망이 갑자기 장밋빛으로 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측은 골란고원 반환문제를 이번 회의의 의제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는 반대 입장을 철회했으나 그렇다고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생각도 없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가시적 성과에 대한 기대가 시기상조인 이유다.
이번 회의에서 다뤄져야 할 3대 핵심 사안은 이스라엘_팔레스타인 간 국경 획정, 동예루살렘의 지위,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문제 등이지만 팔레스타인측이 이들을 공동성명에 명문화하자는 입장인 반면 이스라엘은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의제 확정부터가 쉽지 않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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