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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스프레이' 유쾌하면서도 식상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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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스프레이' 유쾌하면서도 식상한 스토리

입력
2007.12.0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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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는 1988년에 이어 두번째다. 2002년에는 뮤지컬로 각색돼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그 유명세를 타고 지금 국내에도 ‘라이센스’로 들어와 공연중이다. <헤어스프레이> 의 무대는 1960년대 미국 볼티모어. 주인공은 아주 키 작고 뚱뚱한 소녀 트레이시(니키 블론스키). 목적은 TV 댄스쇼에 출연해 댄싱퀸(미스 헤어스프레이)이 되는 것.

유쾌한 반란과 아메리칸 드림이다. 당시 유행하던 경쾌하고 빠른 춤과 노래. 무거운 주제도 그 리듬에 맞춰 심각하게 끌고 가지않은 감독(아담 쉥크만)의 연출.

과장되고 코믹하고 풍자적인 등장인물들이 사회적 편견과 부조리와 통념을 부순다. 그 결과 트레이시도, 그녀와 함께 춤추고 노래한 흑인 친구들도 ‘꿈’을 이룬다. 장난감 가게를 하는 트레이시 아빠 윌버(크리스토퍼 월킨)는 외친다. “여긴 미국이야! 꿈은 클수록 좋아.”

미국이란 나라는 가난한 흑인도, ‘고래’라고 놀림 받는 뚱보의 꿈도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설령 같이 섞여 춤을 추는 것도,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안돼 TV쇼까지 ‘흑인의 날’을 정해놓는 지독한 인종차별과 외모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더라도 그 벽을 뛰어넘어 진실과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용기 있는 사람들은 늘 있다.

트레이시와 시위드(엘리아 켈리)는 물론이고, TV쇼의 최고 인기 진행자 코니와 백인 미남 청년 링크를 보라. 바로 미국은 그런 나라라고 <헤어스프레이> 는 노래한다.

때문에 <헤어스프레이> 는 유쾌하고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고 또 지겹다. 지겨움은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무늬만 다를 뿐 <드림걸즈> 와 비슷하다.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여주인공으로 발탁된 니키 블론스키와 주변 인물들의 변화 없는 춤과 노래의 반복도 뮤지컬로서의 보는 즐거움, 듣는 재미를 반감시킨다. 그나마 끝까지 기대했던 ‘새로움과 특별함’의 대상인 존 트래볼타까지 실망만 남긴다.

그냥 코믹 감초 역할만 할 뿐, 끝내 우리가 <토요일 밤의 열기> <그리스> 로 기억하는 춤과 노래 솜씨를 뚱보 엄마 캐릭터에 멋지게 녹여내는 재주를 보여주지 않는다.

이런 아쉬움, ‘맥 빠지는 결말’에도 불구하고 <헤어스프레이> 는 여느 할리우드 뮤지컬보다 우리 관객들의 관심이 높다. 700만명을 동원한 비슷한 소재의 한국영화 <미녀는 괴로워> 와 비교해 보려는 심리 때문이다.

<미녀는 괴로워> 는 성형을 통해, <헤어스프레이> 는 정반대로 있는 그대로 현실을 풍자했다. 혹시 우리는 국민 다수가 고치고 빼내는 ‘성형’ 국가’이고, 미국은 뚱뚱한 사람들이 지금은 영화의 시대 배경인 1960년대의 소수로서 차별대상이 아닐 만큼 지금 ‘비만’ 국가여서는 아닌지. 6일 개봉. 12세관람가

이대현 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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