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고전번역이 이뤄지도록 틀을 잡겠습니다.”
민족문화추진위(이하 민추)를 계승, 12월 4일 공식 출범하는 한국고전번역원의 박석무(65ㆍ사진) 초대원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간이 담당했던 고전의 국역작업을 정부기관이 맡은 만큼 임기 3년간 개별 기관, 개별 학자들이 산발적으로 진행한 국역작업의 체계를 잡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현재 번역해야 할 고전이 6,500권 정도, 그 중 시급한 것이 200여권 정도인데 어느 것을 먼저 번역할지, 번역을 해야 할지 아니면 목록정리만 해야 할지 등 우선순위도 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박 원장은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금까지 고전국역을 담당한 고전번역원,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국학중앙연구원 등이 참가하는 (가칭)고전번역위원회를 만들어 고전국역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민추가 소처럼 우직하게 번역에만 몰두한 기관이었다면 새로 출범하는 고전번역원은 대국민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계획도 마련해놓고 있다. 그는 “지금도 시골에는 개인 소장 문집이나 비문(碑文)이 많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활용할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그것들을 가져오면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번역하거나 번역자와 연결해주는 (가칭)민족문화자료센터를 번역원에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번역어투, 지나친 의고투 등 고전번역의 품질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나름대로의 복안이 있다. “과거 국역을 담당한 60대 이상 한학자들은 전통방식으로 공부하고 고문을 읽어 문리는 트였으나 한국어 조어능력이 약하다”며 “20대 이후 한문을 공부한 한글 세대와 전통 한학자들이 번역파트너가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양쪽의 장점을 취한 번역이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가학(家學)으로 한문을 공부한 박 원장은 고교 영어교사로 있던 1979년 다산 정약용의 글을 현대적으로 번역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를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국회의원 시절(13, 14대)에는 고전번역을 담당하는 번역청의 설립을 주장하는 등 고전국역작업에 열성적이었다. 유배지에서>
이후 민추 이사로 재직하며 <연암집> <속 한국문집총관> 등의 번역작업을 담당했으며 2003년에는 다산연구소를 세워 다산사상의 재해석과 보급에 힘쓰고 있다. 지금도 연간 60~70회의 외부강연 고료를 연구소운영기금으로 내고 있다. 속> 연암집>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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