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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페르낭 브로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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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페르낭 브로델

입력
2007.12.0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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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명과 자본주의 / 까치시간의 마모 견디는 '장기 지속' 의 역사

프랑스의 역사가 페르낭 브로델이 1985년 11월 28일 83세로 사망했다. 브로델은 아날학파 2세대의 거두이다. 뤼시앵 르페브르와 마르크 블로흐가 1929년 창간한 ‘사회경제사 연보(아날)’에서 연유한 아날학파는 당시 역사학계의 주류였던 실증적 역사학의 ‘3가지 우상’즉 정치ㆍ개인ㆍ연대 대신에 사회ㆍ집단ㆍ구조를 역사인식의 기본 골격으로 해야 한다고 주창하며 현대 역사학, 나아가 인문사회과학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었다.

아날학파의 성채가 세워지는 데 교과서가 된 것이 브로델의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와 지중해 세계> (1949)다. 소르본대에서 지리학을 전공하고 알제리, 파리, 브라질 등지에서 강의하던 브로델은 2차대전에 참전했다가 독일군 포로가 돼 5년 동안 감옥에 있으면서 이 책을 구상했다고 한다.

16세기 지중해 지역의 지리 역사 종교 농업 기술과 지적 풍토를 다룬 이 책에서 그는 ‘시간이 잘 마모시키지 못하는’ ‘장기 지속’적인 지리적인 삶, 그 위에서 완만하게 주기적으로 변하는 사회경제적인 삶, 그리고 표면의 거품과 같은 정치적인 삶을 구조적 총체적으로 그려냈다.

'장기 지속'은 브로델 사관의 핵심 개념이다. 그가 이 개념을 적용시켜 산업혁명 이전 15~18세기 유럽 사회경제사를 다룬 대작이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975)다. 일상의 양식인 빵에서부터 시작해 음식 주택 의복 유행을 거쳐, 기술의 보급과 화폐와 도시, 시장과 경제로 나아가면서 브로델은 치밀한 실증에 바탕한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일상생활부터 정신사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인간사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현대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 책은 주경철(47) 서울대 교수에 의해 1995년 전6권으로 완역됐다. ‘오늘의 책’으로 꼽았지만 막상 기자도 아직 독파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책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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