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 민음사"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그것을 …"
시인 김수영이 1921년 11월 27일 태어났다. 그는 1968년 6월 15일 귀가 중 버스에 부딪쳐 이튿날 47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생전에 한 권의 시집밖에 내지 않았던 그의 사후 6년이 지나 시선집 <거대한 뿌리> 가 나왔고, 그의 시와 산문을 각각 묶은 <김수영 전집> 두 권이 나오고 김수영문학상이 제정된 것은 1981년이다. 김수영> 거대한>
<김수영 전집> 에 실린, 러닝셔츠 차림으로 오른팔을 뺨에 괸 채 까칠하고 퀭해 보이는 얼굴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그의 사진과, ‘시(詩)는 나의 닻(錨)이다’라고 쓴 그의 필체를 몇번이나 되풀이 들여다봤던가. 김수영>
그의 시는 시를 부정하고 있었다. ‘썩어빠진 대한민국’에 욕지거리와 상소리를 해대고, 독재자에 대고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고 시를 쓰고 있었다. 말마따나 그의 시는 ‘노래’가 아니라 ‘절규’였다. 산문도 마찬가지다. 그가 신문에 쓴 시 월평은 이런 식이다.
“이달같이 논평의 대상이 될 작품이 없는 달에는 ‘시단 월평’ 같은 것도 사보타주를 하는 편이 오히려 나을 것 같다… 중견시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이 20여년의 작업 끝에 어린아이의 작문보다도 싱거운 글을 시라고 내놓다니.” 김수영의 시와 산문은 그렇게 모든 금기나 속박을 넘어선 자유를 갈구하고 있었다.
사망하던 해인 1968년 4월 발표한 글 ‘시여, 침을 뱉어라’에서 김수영은 말한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 시는 문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민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인류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문화와 민족과 인류에 공헌하고 평화에 공헌한다… 모기소리보다도 더 작은 목소리로 시작하는 것이다. 모기소리보다도 더 작은 목소리로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시작하는 것이다.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그것을…”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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