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속에서 지칠 대로 지쳐 죽은 사람처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2002년 콜롬비아 대선에 출마했다가 콜롬비아 좌익 반군인 무장혁명군(FARC)에 납치된 잉그리드 베탕쿠르(47ㆍ여)의 비참한 피랍 생활을 담은 편지가 공개됐다.
2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콜롬비아 정부군이 최근 FARC 대원으로 추정되는 3명의 반군으로부터 압수해 공개한 편지에는 ‘콜롬비아의 잔 다르크’로 불리며 대선 유세장을 당당하게 누비던 베탕쿠르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다.
베탕쿠르는 편지에서 “육체적으로 쇠약해졌고 입맛을 잃은 지도 오래됐으며, 머리 숱도 무더기로 빠지고 있다”면서 “그들(무장혁명군)은 우리에게 언제든지 모든 짐을 싸라고 명령할 수 있고, 우리는 아무 데서나 잠을 잘 수 있으며 동물처럼 마구 기어 오를 수 있어야 한다”고 쓰고 있다. 그녀는 “무엇이든 읽기 위해, 지적 호기심을 유지하기 위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요구한지 3년이 지났으나 허사였다”고 털어 놓았다.
편지와 함께 압수된 비디오 테이프에서 베탕쿠르는 손에 쇠사슬을 차고 초점 없는 시선으로 땅바닥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생존이 확인된 것은 피랍 1년이 지난 2003년 FARC의 지시로 비디오 성명을 발표한 이후 처음이다.
상원의원을 지낸 베탕쿠르는 2002년 2월 대선 기간에 당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FARC 은거지역 유세에 나섰다가 납치됐다. 프랑스 외교관과 결혼해 프랑스와 콜롬비아 이중 국적을 갖고 있는 그녀의 귀환을 위해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나서고 있다. FARC와 친분을 맺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도 최근 베탕쿠르 석방에 나섰으나 콜롬비아 정부가 차베스 대통령의 좌익성향을 문제 삼아 중재를 거부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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