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미래에셋 부메랑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미국발(發) 신용경색과 중국의 인플레 우려 등 해외 악재 탓에 시중 부동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증시 권력'으로 떠오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미래에셋발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펀드 판매사들에 대해 전반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도 미래에셋을 위시한 대형사들이 몸집 불리기에만 치우친 나머지 위기관리에 너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물론 일각에선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자칫 앞만 보고 달리다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견제가 필요한 시점이긴 하나, 미래에셋발 위기론 자체는 상당 부분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래에셋 한달 수익률 꼴찌에서 4번째
27일 한국일보가 운용 펀드수 10개 이상이면서 수탁액 5,000억원을 넘는 14개 자산운용사의 최근 한달 간 수익률(11월 20일 기준)을 살펴본 결과, 미래에셋의 수익률은 -5.19%로 11위를 기록했다. 꼴찌에서 4번째다.
1년과 3년 수익률이 각각 53.26%와 192.10%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단기 분석이라는 한계는 분명 있지만, 미래에셋이 리스크 관리에 취약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조정을 장기 하락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면서 미래에셋의 부진이 자칫 전체 펀드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주 미래에셋 펀드매니저의 선행 매매 루머로 우리 증시가 크게 요동친 것은 미래에셋발 충격을 실감하게 해준 계기였다.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11월 한달간 주식형 펀드 유입액 중 70%가 미래에셋으로 흘러 들어갔다"며 "워낙 덩치가 커지다 보니 이제 미래에셋이 망하면 모두가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 버렸다"고 우려했다.
물론 미래에셋발 위기는 기우일 뿐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풍부한 실탄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 탓에 대규모 환매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B증권사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적기가 되면 실탄을 한꺼번에 쏟아 부어 펀드 수익률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에셋 펀드들은 아파트로 치면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같은 상징성을 갖췄을 정도로 브랜드 파워가 막강해 투자자들이 웬만한 손실에는 환매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익률 왜 저조한가?
미래에셋이 최근의 조정장에서 기를 못 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박현주 회장의 독특한 투자전략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박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미래에셋의 투자기준은 벤치마크가 아니라 기업의 미래"라고 할 정도로 성장성을 중요시한다.
대다수 펀드들이 이런 투자전략에 맞추다 보니 하락장에서도 맷집이 튼튼한 배당주나 가치주보다는 수익률 변동성이 큰 성장주를 편입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미래에셋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을 보면 미래 유망 산업인 태양광(동양제철화학, 소디프신소재)이나 지주사 전환ㆍ예상 기업(삼성물산, 호텔신라, 제일모직, 두산, 한화)이 많다.
결국 성격이 비슷한 종목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붓다 보니 투자 손실을 키울 개연성이 높은 것이다. 미래에셋은 1990년대 후반 성장성이 엿보이는 IT주에 집중 투자하는 '박현주 2호 펀드'를 출시했다가 30~40%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C증권사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투자철학이나 펀드 특성상 수익률 변동이 큰 편"이라며 "본격적인 하락장이 벌어지면 평균 이하의 성적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관과 개인들의 '미래에셋 따라 하기' 행태가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D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미래에셋 보유 종목의 낙폭이 컸던 것은 미래에셋을 따라 이들 종목을 샀던 기관들이 미리 차익 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수익률에 급급한 일부 기관이 국내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미래에셋에 무임 승차해 얌체 짓을 벌이는 게 수익률 악화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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