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인이라면 인류의 지적 유산을 어떻게 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까라는 출판이념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일본 최고의 인문 출판사인 이와나미 쇼텐(岩波書店)의 산증인 오쓰카 노부카즈(大塚信一ㆍ68ㆍ사진) 전 사장은 28일 자신의 자서전 <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 (한길사 발행)를 한국어판으로 출판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책으로>
일본학계 최고 석학들만 책을 낼 수 있는 이와노미 쇼텐에 40년을 바쳐온 출판인 출신답게 그는 책을 읽지 않는 요즘의 세태, 상업주의화하는 출판계의 현실을 크게 걱정했다. “일본의 경우 출판산업 규모가 연간 2조2,000억엔 정도인데 파친코 산업 규모는 연간 30조엔을 넘는다”며 “이 같은 활자이탈 현상이 가속화할 경우 일본의 문화는 붕괴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과 TV의 텍스트가 ‘활자’ 역할을 대신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 그는 “사상은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거나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발전하는 것인데, 과연 책이 아닌 인터넷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며 출판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그는 다양한 독서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폭력이 난무하던 한 공립중학교에서 수업 시작 전 30분 간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는 ‘아침독서운동’을 전개했더니 교내 폭력이 크게 줄었다”고 그는 전했다.
베스트셀러의 90% 이상이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서적인 일본과 한국의 출판시장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상업성을 우선시하는 출판문화는 한ㆍ일 양국 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 출판계가 극복해야 할 현상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 때문에 동아시아 5개국 인문학 출판사(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의 모임인 동아시아 출판인 회의 이사를 맡아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1963년 대학을 졸업한 뒤 편집자로 입사해 사장(1997~2003)직을 마치고 이와나미 쇼텐을 퇴직한 그는 “편집자로 살아온 평생은 ‘유토피아 찾기’의 40년이었다”며 “독자가 손에 든 한 권의 책으로 현실세계에서 짧은 시간 동안 다른 우주에서 살 수 있다면 그 순간은 '유토피아'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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