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하신 것을 먼저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지검장께서는 상당한 부담과 고민으로 막중한 자리를 맡으셨을 줄 압니다.
바로 서울중앙지검 청사 10층에서 진행되고 있는 BBK 관련 수사 때문 아니겠습니까.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의 향방을 바꿀 수도 있다는 역사적 의미로 인해 실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수사입니다.
지검장께서 지휘할 사건을 전임자인 안영욱 지검장은 "국운과 검찰의 장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 사건"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23일 퇴임식에서 "검찰이 소용돌이 치는 역사의 한 복판에 있다"며 "진실의 칼 하나로 승부하라"고 의미심장한 조언까지 던졌습니다.
연부역강한 특별수사팀의 끈기와 지검장님의 경륜을 감안해볼 때 한 점 의혹없는 '진실'이 기대됩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지검장님이 과거 '외풍'을 이겨내지 못했던 전력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2000년 G&G그룹 회장 이용호씨 수사 당시 국내 최고의 수사팀인 대검 중수부가 기업 인수ㆍ합병(M&A) 사기꾼 한 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덮었던 기억입니다. 당시 수사기획관이던 지검장께서는 "특검이 아니라 특검 할아비가 와도 더 나오는 게 없을 것"이라고 검찰을 변호했다 곤욕을 치르기도 하셨습니다.
'이용호 게이트' 축소 수사가 지검장님 혼자만의 책임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당시 중수부 2인자였던 지검장님이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새삼 과거를 들쑤시자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그 '전력'과 BBK 사건 수사를 연관짓고자 하는 시각이 있다는 점입니다. "외압을 막아내는데 한번 실패했던 분이 이번이라고 다를까" 라는 시선 말입니다. 이를 불식시키는 방법은 오직 하나, BBK 사건과 이명박 후보 연루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수사하고 밝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박진석 사회부 기자 jse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