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통령 선거를 보름 남짓 앞두고 대선 후보자 지지율이 출렁거리고 있다. 오랫동안 40% 내외의 지지율로 무소속 이회창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멀찍이 앞섰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지난 주말에는 약 35%, 심지어 30% 아래로까지 떨어졌다.
무소속 이 후보나 신당 정 후보의 지지율도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낮아졌다. 그 대신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30%를 훌쩍 넘어 대선 판세의 본격적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공식 선거전이 시작된 후 검찰의 BBK 사건 수사 외에 달리 지지율 변동을 부를 만한 일이 없었다. 따라서 부동층이 급속히 늘어난 것은 결국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최종 지지 후보를 고르겠다는 유권자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검찰의 BBK 수사에 쏠린 국민의 관심이 이토록 뜨겁다 보니, 수사 발표를 앞둔 검찰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정치적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한나라당과 신당이 연일 경쟁하듯 펼치는 압박도 부담스럽다.
한나라당은 이미 검찰이 이 후보의 완전한 결백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신당은 반대로 이 후보와 BBK의 관련성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고 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이 후보와 BBK와의 관련 여부를 어느 쪽으로 밝히든 오해와 의혹을 피할 수는 없다. 심지어 지난 번 ‘도곡동 땅’사건의 경우처럼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대선 직전에 극도로 민감한 사건을 다루기 시작했을 때 이미 각오하고도 남았을 고민이다.
그러나 상황이 복잡할수록,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을수록 원칙대로 앞만 보고 똑바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그 동안 핵심적 논란을 부른 사안에 대해 수사를 통해 밝힌 것이 있다면 그대로 꺼내어 보여주고, 밝히지 못한 것은 밝히지 못했다고 말하면 그만이다.
김경준 전 BBK 대표가 가져온 ‘이면 계약서’의 진위, 구체적 자금흐름 추적 결과 등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 된다. 무엇보다 수사에서 혐의와 무혐의 사이에 회색지대란 있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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