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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book 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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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book 킨들

입력
2007.12.0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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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 아마존이라는 미국 회사가 새로운 전자책 읽기 전용 단말기를 내놓았다. 그 이름이 킨들(kindleㆍ'불을 붙이다'라는 뜻)이라는데, 일부 평론가가 "모든 책을 불태워버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라고 해석한 것을 보면 지금의 책을 몽땅 제압하고 컴퓨터형 책을 구현하고자 하는 작전이 아닌가 싶다.

그런 식의 전자책은 이미 소니에서도 만든 바 있다. 개념은 간단하다. 컴퓨터 내지는 그 비슷한 것으로 전자화 내지는 디지털화한 콘텐츠(글씨와 그림 등)를 다운받아 본다는 얘기다.

■ 잘 될까? 책을 잘 안 읽는 세태라고는 하지만 통계 수치를 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과 영국, 일본의 출판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해리포터> 를 전자책으로 읽는 경우는 별로 없다.

킨들을 만든 아마존 사장 말씀이 "책은 죽지 않는다. 다만 디지털로 갈 뿐이다"라고 했는데 과연 그럴지도 의문이다. 이 단말기의 가장 큰 강점은 컴퓨터 화면을 볼 때와 같은 눈부심이 없다는 점이다.

"기술적 진보가 독서에 끼어들 틈이 없게 하는 것이 진정한 기술"이라는 아마존의 주장처럼 발전인지는 모르겠으되 그걸 들고 햇볕 쨍쨍 내리쬐는 해변에서까지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잘 모르겠다.

■책(冊)이라는 단어는 원래 대나무를 얇게 잘라 거기에 먹과 붓으로 글씨를 쓴 다음 위쪽 두 귀퉁이에 구멍을 뚫고 가죽끈을 끼워 얼기설기 엮어서 하나의 물건 형태로 만든 것을 말한다. 비슷한 말로 권(卷)이 있는데 비단이나 무명에 글씨를 써서 두루마리처럼 만 형태의 책을 말한다.

나일강 가에 자라는 갈대를 종이로 만들어 꾸민 파피루스 책도 있고, 양가죽에다가 글씨를 써서 책으로 만든 것도 있다. 그 전에는 돌에다 글자를 새겨 거대한 비석으로 세우기도 했고, 글씨를 새긴 다음 구운 점토판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기도 했다.

■스리랑카에서는 7세기부터 야자 잎을 삶아 둥근 촉으로 글씨를 쓴 다음 코코아 기름에 검은 재를 개어 칠을 하고 다시 그 칠을 벗겨내는 식으로 음각을 한 두루마리 책이 유행했다.

책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양감과 질감을 갖췄다는 것이다.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그 뿌듯함, 책장을 넘기면서 다가오는 까끌까끌하거나 부드러운 감촉, 글자체가 눈에 주는 다양한 자극, 그런 것들이 모여서 책이 된다.

단순히 정보를 1과 0의 디지털 신호로 바꾼 뒤 인간의 두뇌에 전달하는 행위만으로는 아무래도 책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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