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전쟁이 시작됐다. 대선후보들이 청와대로 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상대 후보와의 말의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 특히 유권자들과 직접 만나는 거리 유세에서의 대중연설은 후보자의 연륜과 품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 이명박, 경험을 대화 스타일로 풀어내
현장 분위기 중시… " ~하겠다" 표현으로 일하는 후보 부각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연설은 한나라당 경선 때에 비해 훨씬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졌다. 얘기 나누듯 할 말을 다한다. 톤은 낮아졌다. 이 후보는 메시지팀에서 작성한 연설문을 참고만 한다.
그만큼 현장 분위기를 중시한다. 유세장에서 만난 메시지팀 관계자가 "이 후보가 우리가 써준 원고대로 얼마나 말하는지 체크 하러 왔다"고 말할 정도다. 그의 즉흥연설 중 대부분은 자신의 경험담이다. 제한된 시간에 순발력을 요하는 TV토론보다 프리스타일로 대화를 풀어내는 대중연설에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
말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할 때도 있지만 경험이 묻어나는 대중연설은 상당한 호소력이 있다. 주로 "내가 무엇을 하겠다"며 일 잘하는 후보로서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것도 눈에 띈다. "깜짝 놀랐다" "세계 최고" 등의 표현이 곧잘 등장한다.
■ 이회창, 간결한 문장으로 이성에 호소
즉석연설 많아져… "돈 없어서 미안" 유머 활용 연민마케팅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연설은 청중의 감성보다는 이성에 호소한다. 화려한 수사나 격정적 표현은 거의 쓰지 않는다. 간결한 단문형 문장으로 결론부터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강경한 대북 정책을 강조할 때는 예외다.
이 후보는 별다른 제스처 없이 고정 자세로 연설하는 스타일이다. 요즘은 종종 불끈 쥔 주먹을 들어 보이기도 한다. "키가 작은 이 후보를 강하게 보이게 하는 제스처"라고 한다.
연설 시작 전엔 "사진보다 실물이 못해서 미안하다", "내가 돈이 없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등 가벼운 유머도 곁들인다. 이혜연 대변인은 "5년 전엔 연설 원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간단한 메모도 없이 즉석 연설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자살의 길로 나왔다" 등 연민 마케팅도 적극 활용한다.
■ 정동영, 격정적 웅변 버리고 부드럽게
유세 시작되자 스타일 바꿔… 학생시절 고생담으로 감성 공략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격정적인 연설로 유명한 정치인이다. 손 날을 세워 내려치며 목소리를 높이는 연설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하지만 대선 유세가 시작되면서 스타일을 확 바꿨다. 웅변 연설을 포기했다.
정 후보는 "나도 연설하면 남 빠지지 않게 할 자신이 있지만 TV 나오는 모습이 사납다고 하고 주먹 쥐고 흔드는 게 가족행복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를 쥐고 다른 한 손은 주먹 쥐고 흔들지 않기 위해 가끔 주머니 속에 집어 넣기도 한다.
정 후보는 "대화를 한다"고 했지만 그의 연설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여전히 열정적이다. 연설내용도 평화시장에 옷을 납품하던 학생 시절 등 고생담을 털어놓으며 감성을 공략한다. 그러나 "지지율 3위로 쫓아가는 후보 연설이라면 조금 더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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