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열리고 있는 제24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는 참가국의 수준 차를 고려해 A, B 2개 조로 나눠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일본, 대만 등이 A조이고 실력이 떨어지는 필리핀, 홍콩, 태국, 파키스탄이 B조에 속한다. 29일 경기를 마친 B조 참가팀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나라가 파키스탄이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여느 나라가 그렇듯 파키스탄 역시 야구보다 크리켓이 훨씬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1984년에야 야구협회가 발족했고 국제야구연맹(IBAF)에 들어간 것도 88년이다. 바로 그 팀을 이끄는 지도자가 한국인 신현석(53)씨다. 대회 공식책자에는 수석코치로 나와 있지만 실제로는 팀을 이끄는 감독의 역할을 한다.
실업야구팀 포스틸에서 감독을 지낸 그는 98년 방콕아시안게임 때 프로, 아마추어를 망라해 구성한 초대 드림팀에 코칭스태프로 참가했다. 지난해까지 포철공고 사령탑을 맡다가 우리나라가 아시아야구연맹 회장국의 자격으로 변방에 야구 전파를 시작하면서 올해 7월 파키스탄에 발을 내딛었다. 9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대표팀을 지휘한 그는 남다른 카리스마를 발휘, 불과 두 달 만에 선수들이 한국말을 쉽게 입에 올리도록 했다.
신 코치는 “7월 파키스탄에서 야구 클리닉을 열었더니 선수 50명이 야구를 배우겠다고 왔다. 기본기가 떨어지고 엉성했지만 열정이 보였다.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파키스탄협회가 내게 와달라고 요청해 세 번 거절하다 9월 16일 현지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신 코치에 따르면 파키스탄에는 군인, 경찰 등으로 구성된 4개 정도의 팀이 있으며 경기도 일년에 네 차례 치른다. 이번 대표팀에도 군인이 8명, 경찰이 7명이다.
그는 “실력이 아직은 떨어지지만 야구와 비슷한 크리켓을 한 선수가 많은데다 체형, 파워가 야구에 적합해 잠재력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28일 5대 3으로 이긴 태국과의 경기에서 삼진을 무려 17개나 잡고 완투한 좌완 모하마드 우스만은 훈련만 잘 받으면 1, 2년 안에 좋은 선수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보수와 숙소가 형편 없었고 라마단(금식) 기간에 무슬림을 따라 식사를 걸렀다가 탈수증세로 병원 신세를 지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파키스탄이 5년만 더 팀을 이끌어달라고 하는데 사정상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신 코치는 한국 대표팀 경기를 본 뒤 12월 5일 귀국한다.
타이중(대만)=이승택기자 lst@hk.co.kr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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