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흐린 날씨. 저녁도 거르고 일을 하자니 시장기가 있어 잠깐을 멍하니 있는데 황급히 전화벨이 울렸다.
“오빠! 오빠!! 첫눈 온다. 우와~ 멋지지? 우리 오늘 언제 봐?”
그녀의 들뜬 목소리에 이끌려 창문 쪽을 내다보았는데 눈은 무슨 눈. 밤인데도 하늘은 온통 뿌옇게 흐려 있을 뿐이다. “여긴 안 오는데….” “여긴 함박눈처럼 진짜 많이 오는데... 농담이지? 우리 첫눈 오는 날 보기로 했잖아!”
말문이 막혔다. 이 좁은 서울 땅 안에서 함박눈 오는 곳 따로, 마른 하늘만 보이는 곳 따로라니. 무엇보다 눈꽃 한 송이 구경 못한 내가 오늘이 첫눈 오는 날이라는 그녀의 말만 듣고 무작정 하던 일을 놔두고 나가야 하는 것인지 말이다. 첫눈 오는 날 연인들이 많이 싸운다더니 내가 그 꼴이 돼버렸다.
“알았어! 그럼 나 대신 일이랑 연애를 하시든지 오빠 맘대로 해.”
요즘 들어 부쩍 다툼이 잦은 우리. 어이가 없어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마른 하늘만 올려다보며 긴 한숨을 퍽퍽 내 쉬었다. 그렇게 30분쯤 지났을까. 번개가 번쩍 하더니 후두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마른 하늘보다 더 황당한 이 상황을 혼자 보긴 너무 아까웠다. 핸드폰을 꺼내어 창문에 톡톡 튀기는 빗줄기를 동영상으로 열심히 찍어댔다. ‘자기야 여긴 눈 안 와! 비가 와! 첫눈도 못보고 일만 하는 날 불쌍하게 생각하고 화 풀어’라는 메시지와 함께 발송했다.
‘알았어. 나도 미안해 난 오빠가 나오기 싫어서 그런 줄 알고.’ ‘대신 내가 눈처럼 하얀 크림치즈로 맛있는 푸딩 만들어 줄게’ 현대 문명의 도움을 톡톡히 받는 걸까! 짧은 동영상으로 오늘도 무사히(?) 사랑의 곡예를 마무리했으니 말이다. 이제 남은 일은 치즈를 좋아하는 그녀에게 푸딩을 만들어 주는 일뿐.
치즈는 쇠고기보다 약 1.5배의 단백질과 200배의 칼슘이 들어있다고 한다. 또한 인, 황 등 무기질이 풍부하며 비타민A와 B2도 많아 어린이 성장발육과 여성들에게 매우 좋은 식품이다. 치즈가 단백질 덩어리라 다이어트에 해롭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량만 먹어도 포만감을 갖게 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 단 섬유질이 많이 부족하므로 야채나 과일을 곁들여 먹는 센스가 필요하다.
■ 크림치즈 딸기 푸딩
재료
크림치즈 2큰술, 생크림 1/2컵, 딸기 14개, 설탕 적당량, 나뭇가지 2개
만드는 법
1. 딸기는 깨끗이 씻어 한 개는 반으로 잘라 나뭇가지에 끼워 장식하고 나머지는 꼭지를 떼어 손질한다.
2. 1의 남은 딸기는 냄비에 넣어 설탕을 2큰술 넣은 후 약한 불에서 살짝 졸여 식힌다.
3. 볼에 생크림과 크림치즈, 설탕을 2큰술 넣은 후 휘핑기로 잘 저어 단단한 크림상태로 만든다.
4. 컵에 2의 딸기조림을 넣고 3의 크림을 넣어 냉장고에 20분 정도 보관한 후 1의 딸기 장식을 올려 낸다.
박용일 푸드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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