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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찬성" 손들고 연봉 수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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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찬성" 손들고 연봉 수천만원

입력
2007.12.03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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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경영진과의 친분으로 사외이사를 맡았는데, 어지간해서는 반대표를 던지기 쉽지 않죠."

한 중견기업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연구원 출신 A씨는 '거수기'가 될 수밖에 없는 사외이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나름대로 사전에 안건에 대해 연구도 하고 이사회에서 지적도 하지만 결국 찬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씨는 "특히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경영진이 사전에 의견조율을 해오기 때문에 거부하기 쉽지 않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예 안건조차 모르고 이사회에 참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장법인에 대해 의무적으로 이사의 4분의 1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한 상장법인 사외이사제가 도입된 지 7년. 사외이사의 기능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지만, 현실은 여전히 '거수기'나 '고무도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월 수백만원씩 꼬박꼬박 보수를 챙기고 있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설문조사와 사업보고서 분석을 통해 상장법인의 사외이사제도 운영실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사회 안건에 대해 사외이사가 단 한번이라도 반대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는 회사는 총 1,403개사 중 12개사에 불과했다.

고작 0.9%. 사외이사들이 수정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는 회사(28개사)를 포함해도 3%에 채 미치지 못했다. 나머지 97%의 회사는 연간 최소 4~5차례 열리는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이 단 한건의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나 수정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래도 이사회 참석은 거르지 않았다. 지난해 전체 상장법인 기준 사외이사의 이사회 평균 참석률을 70.5%,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경우 86.7%에 달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단 이사회에 참석을 해서 성원을 충족시켜주고 안건에 동의를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3월말 현재 총 2,693명의 상장사 사외이사 중 이사회 추천이 46.2%, 대표이사 및 경영진 추천이 21.2%, 대주주 및 주요주주 추천이 11.2%로 대부분 회사 관계자들의 추천으로 선임된 탓이다.

사외이사가 경영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최고경영자가 사외이사를 뽑고 사외이사가 다시 최고경영자를 추천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도 종종 연출된다.

거수기 노릇에도 불구하고 보수는 두둑했다. 시총 상위 100개사의 경우 월평균 보수가 348만원, 연 4,176만원이었다. 전체 회사 중에서는 월 보수가 100만~200만원인 회사(35.1%)가 가장 많았지만, 500만원이 넘는 곳도 2.3%나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외이사 선임의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독립적인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설치하고 사외이사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을 설치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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