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가면 돈 좀 만질 수 있다.”
해외 에이전트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올시즌부터 외국인선수 자유계약제를 폐지하고 드래프트제로 전환하면서 정도는 약해졌지만 한국프로농구(KBL)는 에이전트들에게 여전히 ‘짭짤’하고 ‘만만’한 리그임에 틀림 없다.
한국계 용병으로 관심을 모아 온 에릭 산드린(29)이 부상을 숨겨온 것으로 드러나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산드린은 “두 달 전 입은 발목 부상이 거의 회복 돼 특수 제작한 깔창만 도착하면 경기 출전이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산드린은 24일 안양 KT&G와의 데뷔전을 30여분 앞두고 일방적으로 출전 불가를 통보했다. 뒤늦게 산드린의 발등에 박혀 있는 철심이 문제가 됐고, 모비스는 고의로 부상을 숨겼다는 사유로 산드린을 KBL 재정위원회에 회부했다.
산드린은 25일 오후 KBL에서 열린 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경기에 못 뛴 이유는 철심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입국한 다음날 이미 철심에 대한 얘기를 구단 통역에게 했고, 현재 발이 아픈 이유는 깔창에 적응이 아직 안됐기 때문이다. 결코 철심을 고의로 숨긴 적은 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모비스 측은 “여러 번 부상 부위를 체크 했는데 한 번도 철심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연봉 잔액을 모두 받기 위한 수작”이라며 더 이상 산드린을 믿을 수 없다는 태도다.
진실공방을 떠나 이번 사건을 통해 KBL을 우습게 여기는 용병들과 에이전트들의 행태가 재삼 확인됐다. 어찌됐든 한두 달 급여라도 챙기려 했던 선수와 구단의 준비 소홀이 빚어낸 난센스의 결정판인 셈이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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