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의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공식 선거운동이 오늘 새벽 시작됐다. 애초 예상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사상 최초로 10명이 넘는 후보자들이 치고 받으며 펼칠 공방전이 생각만 해도 어지럽다.
그러나 22일 동안의 선거운동 기간은 결코 짧지 않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을 찬찬히 뜯어 살펴, 최선의 선택은 아닐지라도 차선의 선택을 하거나 최소한 최악의 선택만은 피할 수 있는 판단 근거를 가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대선은 참 이상한 선거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판단의 혼란이 그만큼 심하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경선 승리 직후 50%를 훌쩍 넘어선 것부터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일이다. 누가 경쟁후보가 되든, 그의 정책과 비전, 사람 됨됨이가 어떻든 이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고서는 '판' 자체가 짜일 수 없는 기묘한 형국이었다.
이런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범여권은 탈당ㆍ창당ㆍ합당 등 가능한 정치공학적 기법을 총동원해 보았지만 현 정권에 대한 불신이 워낙 뿌리 깊어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최종적 후보단일화도 불발했다.
이 때문에 범여권은 이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이회창 후보가 '보수세력의 방패'가 되겠다고 출마를 선언하고, 김경준씨의 귀국으로 BBK 사건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적잖이 떨어졌다.
그러나 그 반사이익은 화분에서 흘러내린 물이 받침접시에 고이듯 우선 이회창 후보에게로 흘렀고, 나머지 상당부분은 부동표로 바뀌었다. 그 결과가 '1강 2중, 기타'의 선거구도다.
선거구도가 이렇게나마 안정적이라면 부동표 흡수를 위한 정책과 비전 대결을 기대해 볼 만하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 나타난 민심으로 보아 BBK 사건 수사 결과만으로도, 이명박ㆍ이회창 후보가 선두 다툼을 벌이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기회를 엿보는 '2강 1중, 기타'의 선거구도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범여권이 사실 상의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면 팽팽한 '3강' 구도가 이뤄질 수도 있고, 그 경우 이회창 후보의 사퇴로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1강 1중'의 대결구도를 띨 수도 있다.
불안정한 선거구도가 장기화할수록 선거가 정책과 비전보다는 헐뜯기 공방으로 치달으리라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후보자들 가운데 한 사람을 선택하려면 그의 과거에서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검증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앞으로 국민을 어디로 이끌 것인지를 충분히 들어보아야 한다. 선거구도 안정 여부의 관건인 검찰의 BBK 수사가 조기에 매듭되길 바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통령 선거를 검찰에 맡길 수는 없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정책공약을 살피고, TV토론 등에 귀를 기울여 나름대로 후보 검증을 할 수 있다면 그만이다. 어수선할수록 국민의 지혜는 빛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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