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BBK 대표 김경준(41ㆍ구속)씨의 어머니 김영애(71)씨가 23일 입국,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BBK를 100% 소유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한글계약서 등 4건의 이면계약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한글계약서에 날인된 이 후보 인감이 위조된 것이라며 관련 물증을 공개, 검찰의 문서 및 인감 검증결과가 주목된다.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씨(43)씨가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작성일자가 2000년 2월21일로 돼있는 한글계약서는 ‘BBK투자자문회사의 주식 61만주를 49억9,999만5,000원에 판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 후보와 김씨의 인감 도장이 찍혀 있다. 이는 “BBK 주식은 한 주도 보유하지 않았다”는 이 후보 측 주장과 다른 것이다.
영문계약서는 AM파파스와 LKe뱅크 사이의 주식거래, EBK와 LKe뱅크와의 주식거래, LKe뱅크가 이 후보 및 김씨와 맺은 주식청약 계약서로 이 후보와 김씨 등 거래 당사자 3~5명의 영문 서명이 담겨있다.
이날 오전 6시55분 입국한 김씨의 어머니 김영애씨는 “이 후보가 BBK의 소유주라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 원본을 갖고 왔으며, 며느리(이보라씨)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 말고 추가자료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애씨는 50페이지 분량의 계약서 원본들을 검찰에 제출하고 김씨를 면회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한글계약서라는 문건에 날인된 도장은 이 후보의 인감이 아니다”며 이면계약서는 위조 서류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는 한글계약서가 작성되기 3일전인 2000년 2월18일자 ‘LKe정관’에 날인된 이 후보의 인감 모양, 이 후보가 인감을 분실했다며 2000년 4월24일 동사무소에 접수한 신규 인감 신고서를 공개했다.
이 후보 측 고승덕 변호사는 “김씨가 제시한 문건의 인감은 작성 시점보다 2개월이 지난 뒤 새로 신고한 인감을 흉내낸 것으로 보이지만 한눈에 보아도 크기나 글씨 모양이 다르다”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또 “2000년 6월 하나은행과 작성한 5억원 투자계약서에도 이 후보의 친필 서명이 있는데 50억원을 주고받는 계약서에 서명 없이 도장만 찍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최재경 특수1부장)은 김씨 측이 제출한 이면계약서에 적혀 있는 이 후보의 친필 사인과 인감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대검 문서감정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는 등 정밀 감정 작업에 착수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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