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3일 법사위와 본회의를 잇따라 열어 삼성 비자금 특검법안을 통과시켰다.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특별검사 임명(15일)과 준비기간(20일)을 거쳐 이르면 다음 달 말 삼성 비자금 로비, 경영권 승계 등에 대한 본격 수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우리가 밝힌 특검법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아 청와대와 국회가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은 ▦삼성에버랜드ㆍ서울통신기술 전환사채(CB),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e삼성 회사지분거래 등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4건의 고소ㆍ고발 사건과 ▦삼성그룹 불법 비자금 조성 및 비자금이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 권력층 로비자금으로 사용된 의혹 등 두 가지를 수사대상으로 하고 있다.
앞서 법사위는 삼성경영권 승계관련 수사대상을 한정하지 않았던 전날 합의안을 수정, 4건의 핵심 사건으로 범위를 좁혔다. 또 특검 파견 공무원과 특별수사관을 각각 50인에서 40인 이내, 40인에서 30인 이내로 줄였다.
법사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위헌 소지가 있으니 경영권 승계 부분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요구했고, 법사위에 출석한 정성진 법무장관도 “외국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을 역 차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이 합의안을 고수, 논란 끝에 신당 한나라당 민노당이 수정안을 만들어 법사위를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국회가 공직부패수사처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특검법에 거부권 행사가 검토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천호선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거부권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직도 유효하고 법안이 특검의 원칙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거부권의 실제 행사여부에 대해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안이 정부로 넘어오는 단계를 전후해서 입장을 밝히겠다"며 "현재로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 "우리 입장은 공수처법 처리를 위한 압력수단으로서 거부권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실제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국민의 여론과 국회의 현실, 법안이 재의결될 가능성 등을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어느 쪽이라고 단언할 수 없으며 (거부권 행사 확률은) 50대 50"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로 되돌아온 법안은 재의(再議)에 부쳐져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바로 발효된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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