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 외 지음 / 창비 발행ㆍ256쪽ㆍ9,000원우리집 옥탑방에 외계인이 착륙한다면?… 듀나 등 8인 작가의 청소년 대상 SF 단편 모음집
상상력을 무한대로 확장해볼 수 있는 과학소설(SF)장르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SF단편 모음집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 가 출간됐다. 드물게도 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한 우리 작가들의 창작물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반갑다. 잃어버린>
예리한 영화평론으로 고정팬을 거느리고 있는 듀나를 비롯해, 인터넷시대를 살아가는 10대들의 이야기를 날렵하게 포착하는 이현 등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외계인, UFO, 우주전쟁 등을 소재로 한 전형적인 SF물부터 현실과 사후세계를 넘나드는 심령소설에 가까운 작품까지 8인 8색의 작품들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다.
우리집 옥탑방에 외계인이 착륙한다면 어떻게 될까? (로스웰 주의보) 지구인들이 만일 외계인들의 지배를 받는 상황이 온다면? (마지막 늑대) 다른 사람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되거나 그런 능력을 갖게 된다면? (개인적 동기, 소용돌이) 등 수록된 작품들은 일상의 무료함에 지친 이들이라면 흔히 품어보는 상상을 기초로 하고 있다.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을 결합시키는 작가들의 역량을 확인하는 것도 보람있지만, 행간 속에 녹아있는 ‘지금-이곳-우리’의 청소년 현실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가령 초능력을 지닌 외계인과 접속해 ‘문제만 읽으면 정답이 보이는 능력을 보유하게 되는’ 중학생의 이야기에서 독서실과 학원과 학교를 쳇바퀴처럼 오가야 하는 요즘 아이들의 현실을, 다른 사람의 의식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해 왕따를 당하는 동료를 구해내는 학생의 이야기에서 학교폭력 문제를 실감할 수 있을 터다.
“우리나라 SF계는 물론이고, 주류문학계까지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엮은이의 말이 식언이 되지 않을 것 같은 기대를 품게 된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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