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때문에 말이 많다. 일부 중고교생 사이에서 ADHD 치료제가 학습증진을 목적으로 오ㆍ남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TV방송을 통해 드러났다. ADHD 질환을 앓는 어린이 치료를 위해 쓰여야 할 약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해 오용되는 현실이 참으로 충격적이다.
이는 입시지상주의적인 우리 사회의 분위기에 기인한다. 무조건 남보다 앞서야 하고, 옆집 아이보다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빗나간 입시ㆍ성적 위주의 교육열이 만들어낸 일인 것이다. 이런 세태에서 의사들은 더욱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진료에 임해야 하며, 윤리ㆍ소명의식을 바탕으로 의료인의 자세를 더욱 가다듬어야 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의료진 전체에 대해 신뢰가 떨어질까 우려된다. ADHD는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 중요한 문제로, 이 질환의 특성을 잘 아는 임상 경험이 풍부한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가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고 전문적 판단을 통해 진단하게 된다. 한번의 면담으로 확진할 수 없어 심리검사, 구조적 면담검사 등이 보충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모든 과정이 의료진과 보호자, 환자 간의 긴밀한 협조에 의한 것이고, 이는 모두 의료진에 대한 절대적 신뢰의 바탕에서 이루어진다. 의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병원을 떠날 때 그 손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그 부모에게 돌아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게 만든다.
더 큰 문제는 실제 ADHD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어린이와 부모들의 고통이다. 최근 보도 내용은 ‘ADHD 치료제=마약’이라고 단정함으로써 사회적 파장이 컸다.
엄연히 어린이의 행복과 미래를 생각해 결정한 약물치료였음에도 오히려 그 피해는 ADHD 치료를 받고 있는 어린이와 부모가 껴안게 된 것이다. 실제로 ADHD 치료를 잘 받다가도 일부 보도의 ADHD 치료제에 대한 과장된 우려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안고 치료를 중단하는 사태까지 발생하니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중추신경자극제(stimulant)인 ADHD 치료제는 ADHD로 고통받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치료를 위해 만든 약이다. 수십년 동안 연구를 통해 치료효과와 장기간 사용에 따른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이 약은 어디까지나 ADHD를 지닌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지, 정상 어린이의 학습증진을 위해 연구된 것은 결코 아니다.
또 중독성이 심각한 마약인 듯 보도됐지만 이는 과장이다. 물론 오ㆍ남용을 막기 위해 잘 관리돼야 하는 약이지만 약리적 특성이 마약과는 전혀 다르다. 더욱이 최근 많이 투여되는 서방형(徐放形ㆍ약물이 천천히 방출해 일정한 혈중농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형태) 약은 더욱 그런 문제가 없다고 검증됐다.
ADHD 환자 수는 2005년 서울시 소아청소년광역정신건강센터 조사에 의한 유병률 연구를 근거로 할 때, 적게 보아도 4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선진국과 비슷한 정도의 유병률이다.
그럼에도 치료받는 어린이ㆍ청소년은 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6만명(2006년 기준)이 되지 않는다. 아직 약의 오ㆍ남용이 문제가 아니라 과소 진단돼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많다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다.
어린이ㆍ청소년기는 정체성이 확립되는 중요한 시기로, 한 개인의 행복과 불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시기다. 또한 아동ㆍ청소년의 정신건강은 한 사회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문제다.
그러므로 ADHD 인식 확대와 조기 치료 노력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져야 하고, 학교정신보건사업 일환으로 진행되는 ADHD 조기평가ㆍ조기치료 프로젝트는 어린이ㆍ청소년기 정신건강 증진이라는 목표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모쪼록 ADHD 질환 자체와 약에 대한 잘못된 오해로 ADHD를 앓고 있는 어린이와 그 부모가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ㆍ청소년정신과 교수>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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