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의혹 핵심인물 김경준씨의 부인 이보라씨가 미국 현지에서 한 기자회견을 둘러싸고 정치권은 21일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며 또 한번 충돌했다.
한나라당은 이씨 회견이 결국 ‘헛방’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조목조목 반박에도 나섰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은 이씨 회견에 주목할 점이 많다며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었다. 이회창 전 총재측도 “이명박 후보는 빨리 진실을 고백하라”고 공격에 가세했다.
한나라당은 이씨가 이면계약서의 원본 조차 공개하지 않고, 실제 회견 내용도 폭발성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완전 헛방”이라고 안도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중요한 내용이 나올 걸로 생각했는데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비난했다. 박형준 대변인도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씨와 이보라씨는 명백한 김씨의 공범”이라며 “이씨의 기자회견은 가족사기단의 가짜 약팔기”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회견에서 주장한 내용을 조목 반박했다. 우선 이씨가 이 후보와 김경준이 처음 만난 시기를 BBK 설립 이전인 1999년 초라고 주장한데 대해 한나라당은 2000년 초라고 재차 반박했다.
또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라며 김경준의 친필메모와 편지도 공개했다.
당 클린정치위 고승덕 변호사는 “김경준이 2000년 2월7일 이 후보측에 LKe뱅크 회사 설립을 제의하면서 자필로 회의 결과를 기록한 메모와, 이틀 뒤인 2월9일 이 후보에게 보낸 편지가 있다”며 “이 자필 메모 등에는 사업의 기초사항이 적혀 있어 이 후보가 김경준과 사업상 처음 만난 시기가 2000년 2월께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후보가 BBK와 EBK 등의 대표이사로 기재된 명함과 홍보물 등이 위조가 아니라 실제 존재했다는 이씨의 주장도 반박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명함과 홍보물은 일부 존재 했지만 실제 사용되지 못했다”며 “EBK가 설립되는 과정에서 김경준이 알아서 준비한 홍보물로 이 후보는 관여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측은 또 ‘다스가 BBK에 190억원 전액을 투자하지 않았고 다스에 50억원을 상환함으로써 채무관계가 정리됐다’는 이씨 주장에 대해 “190억원을 투자한 계좌 등 증빙서류가 다 있고, 50억원 상환은 투자금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은 공세의 날을 더 곧추 세웠다.
최재성 원내공보부대표는 “이씨 회견 중 이 후보 측근인 이진영씨가 ‘이 후보의 EBK 홍보물과 명함은 진짜’라고 말했다는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며 “또 이씨는 김경준씨와 이 후보가 1999년초에 만났다고 했다. 이는 BBK 최초 설립과정에 이 후보가 관여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현미 대변인도 “이씨 기자회견을 보면 이 후보가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 후보가 피노키오라면 이 후보 코는 지구를 한바퀴 돌 만큼 길어질 것이고, 그 코에는 5,000만 국민이 걸터앉을 만큼 비리가 많다”고 비난했다.
이 전 총재측 이혜연 대변인은 “이씨 회견에 대해 이 후보측에서 위조라고 목소리만 높인다고 진실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며 “이 후보는 조속히 진실을 국민 앞에 고백하라”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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