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15일 구체적 합당 및 후보 단일화 조건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상을 개시했다. 신당 협상단은 13일 최고위원회의 재협상 결정이 유효하다는 입장이어서 전당대회의 시기와 지분 문제를 놓고 민주당과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됐다.
문희상 상임고문을 단장으로 하는 신당 협상단과 최인기 원내대표를 단장으로 한 민주당 협상단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첫 공식회의를 갖고 협상안 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양당은 각 8명의 협상단 가운데 단장 부단장 등 3명씩이 참가하는 추가대화도 가졌다. 양당은 각각 총무 조직(정동채_고재득), 당헌ㆍ당규(이호웅_김충조), 정강ㆍ정책(김상희_이상열), 후보 단일화(이강래_신낙균) 간사(임종석_유종필) 등 분과별 역할 파트너를 정했다.
진통이 예고된 이날 협상은 탐색전에 가까웠다. 비공개 회의에 앞서 신당 문희상 단장은 “시집갔다가 친정에 온 푸근함을 느낀다. 지난 10년 간 같은 목적 아래 같은 일을 했고 여기까지 왔다”며 “잘잘못을 떠나 하나가 되지 않고 대선을 치른다면 표 달라는 말을 국민에게 할 도리가 없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자 민주당 최인기 단장은 “이번 집권 세력은 장기간 집권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이 아닌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은 같다”면서 “이 자리는 국민적 소망 속에 이뤄진 4자 합의를 실천하는 자리다”고 협상의 성격을 정의했다.
당내 반발을 일시적으로 봉합한 채 범계파적 진용을 짠 신당 협상단은 전당대회를 총선 이후인 내년 6월에 개최키로 합의한 부분이나 의사결정기구의 구성 지분, 최고위원회의 성격 등을 중점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석 간사는 “4자 회동이 정치적 선언이므로 (후속협상에서 내용이 바뀐다고) 우습게 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신당 측이 논의를 지연시키면서 4자 합의를 완전히 무산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시하면서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기류다.
민주당 측은 실무협상을 17일 오전까지 끝낸 뒤 19일 양당 수임기구 합동회의를 거쳐 중앙선관위에 등록해야 20일 선관위 정례회의에서 합당이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협상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묘안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합의가 안 되면 범여권 통합의 동력은 소멸되고 대선은 실질적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서로가 압박을 받는 현실에서 어떤 형식이든지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범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전대를 총선 전에 하되 민주당 지분을 합의추대형식으로 유지시켜주는 절충안이 제시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