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전 BBK 대표 김경준(41)씨의 16일 국내 송환은 한미 사법당국의 철저한 보안 공조 속에 마치 요인 경호작전 하듯 진행됐다.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며칠째 진을 친 채 김씨 송환을 기다리던 일부 취재 기자는 눈 앞에서 김씨를 놓치자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 감쪽 같은 탑승 작전
이날 오전 4시(현지시각 오전 10시)께 미국 LA공항 원격주기장에 대기 중이던 아시아나항공 OZ201기(보잉777-200)에 법무부ㆍ검찰 호송팀 8명과 김씨가 모습을 나타냈다. 이륙 예정을 1시간이나 앞둔 시간이었다.
수감자 이송용 밴 등 미 연방보안관 차량 2대에서 내린 김씨와 호송팀은 곧장 트랩을 통해 텅 빈 비행기에 올랐다. 호송관은 우리 영토로 간주되는 국적 비행기에 오른 김씨에게 묵비권 행사 권리와 변호사 선임 권리 등 미란다 원칙을 알려주고 미리 발부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김씨와 호송관들은 일반 승객 탑승이 시작되기 앞서 항공기 내에 마련된 ‘비밀 장소’에 몸을 숨겼다. 취재진들이 매일 LA에서 인천공항으로 직행하는 국적 항공기 4, 5대에 탑승해 김씨 송환 여부를 감시했기 때문이다. 호송팀은 이날 항공권도 가명으로 예약했다.
■ 기내에서도 철통 보안
호송팀은 항공기가 인천공항을 향해 비행하는 동안 내내 일반 승객이나 취재진이 김씨를 접촉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호송팀과 김씨는 항공기가 활주로로 들어서자 비어있던 오른쪽 맨 뒷자리로 향했다. 호송팀은 김씨를 끝에서 2번째 열인 40열 J석에 앉힌 뒤 김씨를 포위하듯 40열의 H, K석과 39, 41열의 H, J, K석을 모두 채웠다.
우연히 탑승에 성공한 일부 취재진이 접근을 시도했지만 김씨를 둘러싼 호송팀에 번번히 막혀 접근하지 못했다. 호송팀은 김씨가 화장실에 갈 때도 두 사람이 좌우에서 호위하며 일반 승객과의 대화도 막았다.
김씨는 칫솔과 치약 등 생활용품이 들어있는 가방과 성경책만 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 송환 내내 여유 보여
김씨는 이날 오후 6시7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출입국 심사와 세관 절차를 거쳐 6시 49분께 검찰 직원 2명에 의해 양팔을 낀 채 보딩브리지 입구에 서 1분가량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회색 기내 담요로 수갑을 찬 두 손을 가리고 넥타이를 매지 않은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캐주얼 양복을 입은 그는 사진 촬영에만 응한 뒤 계류장으로
이동, 검찰 호송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했다.
김씨는 이날 송환 동안 줄곧 여유 있고 담담한 모습이었다. 미 연방보안관 관계자는“김씨는 LA구치소에서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자신의 소송 승
소를 장담하거나 최근 증시 현황에 대해 얘기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의 입국을 놓고 찬반이 갈린 각종 단체회원 100여명이 공항으로 몰려와 한때 큰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