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차 중국 공산당 대회 이후 주요 당ㆍ정 후속 인사가 정파간 힘겨루기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있었던 당 대회 이후에도 권력투쟁의 양상이 전혀 누그러지지 않는 분위기이다. 이런 와중에 당 고위직 인사들이 정부의 고위직까지 독점, 행정 및 경제운용 경험이 풍부한 전문 관료집단이 밀려나는 상황을 맞고있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19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측근인 궈진룽(郭金龍ㆍ60) 안후이(安徽)성 서기가 내년 부총리에 오를 왕치산(王岐山) 베이징(北京) 시장의 후임으로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인사는 후 주석이 마침내 베이징에 측근을 앉힌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의미를 지닌다. 2002년 사스 파동 당시 베이징 시장이던 측근 멍쉐농(孟學農)이 물러난 뒤 후 주석은 베이징시에 측근을 기용하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는 당대회 이후 후 주석의 측근 챙기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후 주석은 당대회 직후 이미 리위안차오(李源潮) 장쑤(江蘇)성 서기를 요직인 당 조직부장에 앉히고 왕양(汪洋) 충칭(重慶)시 서기를 광둥(廣東)성 서기로 낙점한 상태이다.
여기에 맞서 쩡칭훙(曾慶紅)부주석과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으로 대표되는 태자당 그룹과 상하이방(上海幇)도 나름대로 제 몫을 챙기고 있다. 상하이방인 멍젠주(孟建柱) 장시(江西)성 서기가 공안부장으로, 태자당인 위정성(兪正聲) 후베이(湖北)성 서기가 상하이(上海)시 서기로 각각 영전했다.
당 대회 이후 후속 인사를 통해 각 계파의 힘이 충돌하는 조짐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후 주석의 측근인 선웨웨(沈躍躍) 당 조직부 부부장이 상하이방의 거점인 장시성 서기로 옮길 것이라는 소문이 있지만 장시성 현지 인사들은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후 주석 측근 위안춘칭(袁純情) 산시(陝西)성장이 상하이시장에 임명될 것이라는 홍콩 보도가 나왔지만 정작 인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홍콩의 중국 문제 전문가 윌리 람은 “당 대회 후속인사가 개혁과 국정수행이라는 관점보다는 정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980년대 중반 덩샤오핑(鄧小平)은 국정수행 능력을 감안, 당과 정을 분리하는 인사를 진행했지만 장쩌민, 후진타오 시대에 와서 당 고위직 인사들이 당은 물론 정부의 고위직을 독점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윌리 람은 경제 관료로 탁월한 성적을 쌓은 마카이(馬凱) 국가발전개혁위 주임 등이 당 정치국위원 등으로 진출하지 못해 부총리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 등을 사례로 들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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